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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사극의 반란... '고려거란전쟁' 흥행조짐 [박지현의 아트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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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사극의 반란... '고려거란전쟁' 흥행조짐 [박지현의 아트차트]
'고려 거란 전쟁' 포스터. KBS 제공

[파이낸셜뉴스] "'고거전(고려거란전쟁)' 엄빠가 보기 시작해서 나도 보기 시작했는데 진짜 오랜만에 보는 찐 사극이라 쫄깃하고 재밌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계절이지만 스크린과 모니터는 KBS의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 2021년 '태종 이방원'이후 KBS가 1년 6개월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정통사극 '고려 거란 전쟁'은 혼란에 빠져있던 고려를 하나로 모아 당대 최강국 거란과의 26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최고 시청률 8.4%

사실 KBS가 맨 처음 이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계획을 밝혔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여론이 더 높았다. 방송사에서 OTT로 영상 콘텐츠의 소비층이 옮겨간 요즘, 32부작이라는 장편 드라마에 제작비만 270억 원 가량을 투입해 그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최근 몇년 새 트렌드로 자리잡은 퓨전사극, 판타지 사극과 달리 대하사극의 경우 고증이 철저하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부족한 제작비로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 허술한 CG를 사용하게 되면 초반의 높았던 시청률을 되레 갉아먹게 되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간 대하사극의 주요 시청층이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 또한 리스크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고려거란전쟁'은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총 32화 중 7일 현재 4분의 1 가량이 8화까지 공개됐는데 첫회부터 시청률 5.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8.4%(7화 기준)을 찍으며 꽤 훌륭한 초반 스코어를 보이고 있다.

대하사극의 반란... '고려거란전쟁' 흥행조짐 [박지현의 아트차트]
KBS 2TV '고려 거란 전쟁'. 뉴스1

2주 연속 통합 콘텐츠 1위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왓챠 등 국내외 OTT를 비롯해 영화 박스오피스까지 영상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OTT 통합 플랫폼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고려거란전쟁'은 지난달 11일 첫 공개 이후 11월 4주와 5주 2주 연속 통합 콘텐츠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고려거란전쟁'은 넷플릭스에서도 KBS 대하드라마 중 최초로 한국 일간 인기 순위 1위에도 등극했다.

'고려거란전쟁'의 인기 비결로는 흡입력 있는 전개와 역대급 스케일의 전쟁신이 단연 꼽힌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미니시리즈 드라마에 비해 두 배 가량 분량은 길지만 대하사극 치고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 스토리의 전개가 늘어지지 않고 속도감 있다는 평이다. 부실할까 우려됐던 전쟁신도 다채롭게 구성돼 눈을 즐겁게 했다. 고증에도 애를 썼다. 1010년 2차 여요전쟁의 시작점인 '흥화진 전투'를 다룬 6화 촬영에 앞서 양규 역의 지승현 배우 등이 촬영 전 국궁 사법(활 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거란의 정예기병에 맞서기 위한 고려의 비밀병기인 '검차'를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조선 시대 병법서인 '풍천유향'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뽕'에 마냥 젖어들지 않은 스토리도 하나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고려를 침략하는 거란의 왕 야율융서와 장수들을 무식하고 부족한 인물들로 그려내지 않고 입체감을 더했다. 전쟁의 상황 가운데 분열되는 고려 조정의 상황 또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인 사료에 현실감을 더해 시청자들이 당시의 상황에 몰입될 수 있도록 탄탄하게 대본을 구성했다는 평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대하사극에 MZ세대도 열광하고 있다.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누리꾼들은 "간만에 보는 정통사극"이라며 "예전과는 달리 전개도 스피드 있고 쉽지 않은 사극 연기임에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다 모아놓은 느낌"이라고 호평을 내놓고 있다.

'고려 거란 전쟁'은 성공한 대하사극으로 끝까지 남을 수 있을까. 시작은 좋았으니 막판까지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며 KBS 대하사극의 부활을 선포하는 작품이 되길 기원하는 이들이 많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