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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보야! 문제는 '4050'이야

한동훈 신드롬의 의미와 보수의 총선 전략
'4050 뉴보수 기수론'으로 보수 정치의 역동성과 확장성 꾀해야

[기고] 바보야! 문제는 '4050'이야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

현재 보수 진영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패배주의와 보신주의의 타파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보수 진영 내에는 다음 총선 패배에 대한 공포가 만연해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낮은 지지율을 근거로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여당 내부와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 폭넓게 회자된다. 이미 총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한 채 책임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대통령, 전현직 여당 대표, 혁신위원장, '윤핵관' 등 '나만 빼고 모두'를 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낮았을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정치 초보'의 한계를 들먹이며 내부 총질과 집단적 괴롭힘, 텃세를 서슴지 않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정치적 술수도 마다치 않는 이들은 새로운 인물들의 보수 합류를 저해하고 보수 정치의 역동성과 확장성을 방해한다. 그러면서 진영 내에 패배주의, 회의주의, 보신주의를 확산시킨다. 심지어 야당이 윤석열 정부에 씌우는 '극우' 프레임과 악마화 전략에 편승하기도 한다.

박근헤 정권의 몰락으로 보수 진영 내에 고질병처럼 자리잡은 패배주의와 보신주의를 청산하지 못하면 총선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를 계기로 잠시 되살아난 보수 재건의 희망도 헛된 꿈이 되고 말 것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진보' 세력이 정치문화적 담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보수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치 사회적 기득권 세력이 아니다. 그러므로 보수 진영이 패배주의와 보신주의를 청산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 청년, X세대, 호남 보수까지 모든 지지층과 다양한 '정치적 소수자'들을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이준석이 주장한 4050 세대 '포위론'과는 반대로 X세대 4050 '뉴보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동훈처럼 강력한 대야 투쟁력을 갖춘 4050 보수를 영입하고 대중에 호소할 수 있는 스피커 진용을 구축한다면, 2030 젊은층과 6070 중장년층을 아우르며 아젠다를 주도할 수 있다.

4050 보수는 탈이념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을 지닌다. 이들은 산업화 시대의 풍요로움을 누리며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수혜를 받은 세대이다.변방의 이름없는 국가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유주의적 진보 성향을 체화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은 이승만의 농지개혁이나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등을 긍정하면서도 좌파 언론에 의한 '극우라이팅'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이들이 정치적 주역으로 나서 자신을 키운 국가 시스템을 손보고 업그레이드할 때다.

4050 중심론은 86세대 정치 청산 및 정치의 세대교체라는 점에서도 당위성을 갖는다. 전체주의적 586 정치가 제어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는 탄핵과 좌우 포퓰리즘으로 혼란스러운 남미 정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4050이 새 시대를 여는 '뉴보수'로의 전환을 주도하려면 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기존의 보수진영이 '레토릭, 서사, 이미지' 전쟁에서 번번이 패배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콘텐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적당히 좌파 담론에 편승한 따뜻한 보수, 양비론적 보수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아마도 좌파 진영의 공세에 시달린 탓이겠지만, 언젠가부터 한국의 보수는 '쭈뼛쭈뼛 남의 눈치보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굳어졌다. 지금의 대중 정서에는 오히려 '흑화된 모범생' 이미지가 훨씬 잘 먹힌다. 최근 '한동훈 신드롬'이 이를 증명한다.

정치가 '콘텐츠'로 소비되는 디지털 시대 정치 지형에 발맞춰 4050 보수는 가족애, 기업가 정신, 국가 안보 정신을 세련된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하는 스토리텔링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이러한 가치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설득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보수 정치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보수의 최대 약점인 '계급 배반 투표'를 극복할 수 있다.

계급 배반 투표란 투표에서 자기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나 정당을 찍지 않고 다른 계층의 대변자를 찍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며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축적한 4050 계층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 민주당을 열렬히 지지하는 건 미스터리이자 모순처럼 보인다. 답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진보는 쿨해 보이고, 보수는 후져 보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낡고 꼰대스러운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4050' 뉴보수가 앞장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습관적으로 민주당을 찍어왔던 4050의 '세대 배반 투표'를 통한 보수의 부활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

*심규진 교수는 스페인 IE대학교에서 정치 윤리적 소비자 행동, 소셜미디어 전략, 마케팅 콘텐츠 전략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자다. 2014년 싱가포르 경영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심 교수는 호주 멜버른대를 거쳐, 2022년부터 스페인 IE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미디어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73년생 한동훈' 책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