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설계지침 위반 논란에도
해안건축 제치고 수주권 따내
희림, 총 사업비 7조1000억원 책정
서울 랜드마크 단지 추가수주 기대
희림건축 '더압구정' 투시도. 희림건축 제공
희림건축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권을 따냈다. 희림은 첫 공모 당시 '설계지침 위반' 논란을 겪었지만 재공모에서도 해안건축을 제치고 조합원 선택을 받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3구역 조합은 지난 9일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설계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총회에서 희림이 1275표, 해안이 907표로 희림이 조합원 선택을 받았다. 희림건축 관계자는 "대한민국 아파트의 정점으로 불리는 압구정만의 특별한 가치를 실현시켜, 가장 압구정다운 주거단지를 설계한 진심이 조합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한강 수변부 특화 디자인을 통해 내외적으로 차별화된 랜드마크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투표전 설계공모 공동전시관에서 희림은 3934가구 전 조합원이 100% 한강조망이 가능한 '더 압구정'의 설계안을 내걸었다. 저작권 등록을 마친 SRC라멘(기둥식)구조를 주동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90도 절곡형 주동이 옆 세대 내부가 보이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105도로 각을 넓혀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스마트에이치라는 전용 앱도 도입할 예정이다. 희림은 일반분양 가구수를 1084가구까지 확보해 공동주택 매출 3조8000억원, 상업시설 매출액 3조3000억원 등 전체 사업비를 7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압구정3구역 설계 수주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지난 7월 총회에서 희림이 1507표, 해안이 1069표를 받아 희림이 수주했으나 서울시 제재로 선정이 무산됐다. 당시 서울시는 희림의 설계안이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용적률 기준(300%)과 소셜믹스를 벗어났다며 희림을 경찰 고발했다. 또 조합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도 나서 총 12건 부적정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결국 2차 수주전까지 가게 돼 희림이 최종 낙점됐다.
설계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인 것은 대규모 설계비 외에도 추가 수주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압구정3구역 예정 설계단가는 ㎡당 2만2000원이다. 예정 연면적이 16만2800㎡가 넘어 단순 계산하면 설계비 총액은 약 358억원 규모다.
서울의 랜드마크 단지 설계 실적은 추가수주 가능성도 높인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재건축 단지를 수주하는데 압구정3구역 설계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대표적 부촌 단지를 설계하면 나머지 단지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은 지난 2021년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현재 신통기획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시행인가에 앞서 건축심의 등을 진행하고 시공사 선정을 하게 된다.
다만, 현 조합의 신통기획을 반대하는 주민 여론도 있다. 이번 설계사 선정에 대해서도 압구정3구역 조합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압구정3구역재건축주민참여감시단이 현 조합을 상대로 서울중압지법에 '설계자 선정절차 중지 가처분'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8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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