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출신 대표·이코노미스트 부대표 손잡은 세컨신드롬
공유창고 가로막던 건축규제 해소
외곽에서 '우리집 근처'로 들어와
올해 매출 2배↑… 본격 성장가도
"규제로 인한 불투명성을 해소한 덕에 매출이 2배로 늘었습니다."
홍우태 대표와 김정환 부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한 세컨신드롬은 이삿짐 보관부터 의류와 취미용품, 도서 등 각종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미니창고 다락'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법 규제해소로 사업 확장 가능
하지만 공유창고가 신사업이기 때문에 건축법상 지자체별로 구청 담당자가 용도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었다.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늘려가야 하는 특성 상 미니창고 다락 브랜드 확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정환 세컨신드롬 부대표(사진)는 10일 "조사해보니 서울 안에 있는 토지 중 30% 정도가 이미 지구 단위로 개발 계획이 잡혀있는데, 이 중 전용주거지역과 중심상업지역 등 도심 내 주거지 근처 대부분은 공유창고를 만들 수 없는 여건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경제진흥원이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했다. 김 부대표는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힌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마련한 서울창업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공유창고를 창고업이 아닌 공간대여업,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이 규제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 결과, 미니창고 다락 브랜드가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건축법령상 용도별 건축물 종류 중 '창고시설'로 적용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로써 세컨신드롬이 다락 브랜드를 무한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규제로 인한 불투명성을 해소한 세컨신드롬은 미니창고 다락 브랜드를 전국 각지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75억원이었던 매출액 역시 올해 2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2027년까지 800개 지점 운영할 것
김 부대표는 미래에셋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당시 인구구조와 부동산 등 거시경제를 연구했다. 그는 같은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홍 대표와 업무상 대화할 일이 잦았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유망한 산업과 시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었다.
김 부대표는 "우리나라는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 인프라가 밀집하면서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 구조이며, 이 과정에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주거지를 서울 외곽에 잡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서울에서 좋은 인프라를 누리려는 수요 역시 이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공간 부족을 호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공유창고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실제로 북미와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30년 전부터 공유창고가 '셀프스토리지'라는 이름으로 일반화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 아이템을 공유창고로 확정한 김 부대표는 홍 대표와 의기투합해 세컨신드롬을 창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미니창고 다락 지점은 창업한지 7년째인 올해 서울 60곳을 비롯해 수도권 23곳과 대전·대구 각각 1곳 등 전국에 총 85곳으로 늘어났다. 누적 계약 건수는 10만543건에 달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니창고 다락 지점이 100곳을 넘어설 전망이다.
김 부대표는 "통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도시화 80% 이상이 되면 여지없이 공유창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며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공유창고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집을 소유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인프라가 밀집한 서울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공유창고로 부족한 공간을 해결하며 서울 등 도시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누구나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오는 2027년까지 전국에 미니창고 다락 지점 총 800개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향후 미니창고 다락 브랜드를 대일밴드와 호치키스, 스카치테이프처럼 공유창고 대명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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