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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가 판 키운 HBM시장… 호재 만난 삼성·SK

고대역폭메모리 발주 증가 기대
국내기업 사실상 독주 이어갈 듯

전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AMD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핵심 칩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가 되고 있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AMD의 자체 행사인 '어드밴싱 AI' 행사에서 발표된 최신 AI반도체인 '인스팅트 MI300X' 시리즈 출시로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HBM 사업이 내년에도 고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AMD 측은 신제품인 MI300X가 엔비디아의 대표 제품인 H100에 비해 2.4배 뛰어난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며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AMD의 참전으로 HBM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AI반도체의 핵심부품으로 꼽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6~49%의 점유율을, 마이크론의 경우 4~6%의 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날 앤드류 딕맨 AMD 데이터 센터 GPU 사업부 총괄이 "특정 업체를 주요 공급사로 선정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HBM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들로부터 다양하게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해 AMD발 물량을 두고 메모리 3사간 경쟁이 한껏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내년 메모리사업의 중점을 HBM에 두고 사업전략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개최되는 반도체(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HBM 사업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삼성전자에 한발 앞서 HBM 사업에 집중한 SK하이닉스는 사장단 인사와 더불어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하고 부문별로 흩어져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올해까지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이어지겠지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AMD 등에 공급하는 물량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고 최근 경쟁에 가세한 마이크론이 내년 봄 양산에 들어가면 더 커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AMD 측은 올해 AI반도체 시장 규모를 450억 달러(약 59조4000억원)에서 오는 2027년 4000억달러(약 528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AMD 측이 지난 6월 예상한 300억달러(약 39조6000억원)에 비해 50% 상향된 수치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