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미디어 제국'으로 성장
작품 기획·개발 최소 2~3년 걸리지만
꾸준한 투자로 글로벌 시장서 결실
올해 드라마·영화·예능 등 30편 공개
젊은층 겨냥 뉴미디어 과감히 도전
산하 제작사 바람픽쳐스 협업도 성과
출범 3주년을 앞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꾸준한 투자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맨위부터 바람픽쳐스와 카카오엔터가 제작한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도적: 칼의 소리'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한 섬으로 휴가를 갔다가 배우 박은빈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된 '무인도의 디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들었다. 극중 무인도에서 구출된 가수 지망생의 노래를 이국의 섬에서 듣다니, K콘텐츠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한 순간이었다.
올해 K방송영상콘텐츠 수출액이 전년 대비 81.25% 증가한 약 1519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이는 ‘해외 방송영상마켓 참가 지원사업’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이다. 구경본 콘진원 방송영상본부장은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십분 반영된 결과"라며 "올해는 특히 드라마 제작사가 함께 해외마켓에 나갔는데 큰 관심을 받았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투자 성과,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가시화
출범 3주년을 앞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올해 두각을 드러낸 대표적인 스튜디오다. 지난 몇 년간 미디어 사업에 투자한 성과가 올해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OTT·TV·스크린을 통해 선보인 드라마·영화·예능은 30여편. tvN '무인도의 디바'를 비롯해 올 추석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나란히 공개된 '도적: 칼의 소리'와 '최악의 악', 예능 '좀비버스' 등이 다수 국가에서 톱10 순위에 올랐다. 또 영화 '화란'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다. 올해는 특히 카카오엔터와 자회사가 함께 선보인 작품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는데, '무인도의 디바'와 '최악의 악'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엔터·바람픽쳐스가 제작한 '무인도의 디바'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 4주 연속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박은빈은 한국갤럽이 발표한 올해를 빛낸 탤런트 순위에서 '연인'의 남궁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악의 악'은 자회사 간 시너지가 돋보였다. 기획 노하우가 뛰어난 바람픽쳐스, 액션 누아르물에 강한 사나이픽처스가 손잡으며 'K액션 누아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얻었다.
올여름 흥행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카카오의 손자회사인 BH엔터테인먼트가 '지옥' 'D.P'의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제작한 작품으로, 소속 배우 이병헌·박보영, 어썸이엔티의 박서준이 참여했다. 오는 22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역시 자회사 글앤그림미디어와 카카오엔터가 제작을, 크리에이터그룹 글라인의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이 각각 집필과 연출을 맡았다.
카카오엔터와 자회사 글앤그림미디어가 제작한 드라마'경성 크리처'는 22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자사 보유 프리미엄 IP의 확장을 시도한 점도 주목됐다. 연애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은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의 주요 콘셉트를 예능 콘텐츠로 기획한 사례다. 인기 웹툰·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세계관과 유재석의 인터랙티브 예능 '플레이유'을 결합한 '플레이유 레벨업: 빌런이 사는 세상' 역시 오리지널 스토리 IP를 다각화한 경우다. 또 바람픽쳐스가 제작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은 카카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월화극 1위에 올랐다.
■바람픽쳐스, 지난 2년 누적 매출 592억원
카카오엔터 산하 제작사 중에선 '케이블 드라마의 산증인' 박호식 대표가 이끄는 바람픽쳐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박 대표는 CJ ENM에 합병된 온미디어에서 OCN을 맡으면서 드라마 제작에 발을 들였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 '나쁜녀석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히트작을 프로듀싱했다. 2020년 카카오M에 인수될 당시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 '하이에나' 김루리 작가, 영화 '의형제' 장민석 작가 등과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에 많은 방송사와 플랫폼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2021년 tvN '지리산'과 '킹덤: 아신전'을 내놨고 올해는 '도적: 칼의 소리'를 비롯해 '최악의 악', '남남', '무인도의 디바' 등을 선보였다. 매출 성장세는 가파르다. 인수 당시 적자였으나, 2021년 151억원, 2022년 4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품 기획·개발에 최소 2~3년이 소요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는 이외에도 다양한 예능과 뉴미디어 콘텐츠로 MZ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좀비버스'는 K좀비와 K버라이어티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구성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소녀 리버스'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전·현직 걸그룹 멤버들의 버추얼 서바이벌로 참신함을 인정받아 2023 뉴미디어 콘텐츠상의 예능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카카오엔터 측은 "크리에이터와 배우, 작품의 기획 제작 역량, 콘텐츠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 미디어 사업의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해 다년간 투자를 이어왔다"면서 "이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에서도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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