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리는 정기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가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평가를 받아보겠습니다."
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임기가 두 달여 남긴 가운데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19일 삼성생명 서초사옥 정기회의 출근길에 연임 계획과 2기 준감위의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을 아꼈다. 지난 2022년 1월 26일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어떤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위원회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고, 삼성의 준법문화 정착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이 위원장은 2기 준감위 활동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2기를 거치면서 준감위가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게 정착됐다"면서 "자연스럽게 삼성의 준법경영문화가 체질화됐다는 게 2기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3기 준감위 구성을 묻는 질문엔 "결정된 바 없다"면서 "관계사와 여론이 2기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 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연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시험은 학생이 치지만, 채점은 교수님이 한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 준감위원장과 위원은 원칙적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1기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은 연임 의사가 없음을 임기 만료 전 수차례 밝혔으나, 이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연임에 대한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최근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연이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데에 대해서는 "검토 할 시간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 캐피탈과 또 다른 헤지펀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이 주주서한을 보내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 배분 요구 등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찬희 신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2기 활동이 마무리 되는 가운데 이 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묘수가 발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 준감위 2022년 연간보고서에서 이 위원장은 "아직도 명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위원회와 회사 모두 다양한 모델을 연구 검토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월 정례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선임사외이사제도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방안 중 하나다"라며 "삼성의 수평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논의도 2기 내에 매듭짓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국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적 기업이 돼야 국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라는 함장이 필요하다"고 거듭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삼성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2017년 2월 폐지했다. 현재 삼성은 △사업지원TF(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강화TF(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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