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닌성·타이응우옌성 공장 협력사 포함 17만명 근무
매출 96조 중 84조가 수출.. 베트남 수출의 17% 차지
R&D센터, 전략 거점 육성.. 협력사와 동반 성장·교육 투자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갤럭시S23을 구매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관웅 기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40여㎞를 가면 베트남 수출경제의 심장으로 불리는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이 나온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1공장과 2공장이 있는 곳으로 아침 출근시간대면 근로자 17만명이 탄 900여대의 버스가 시내 전체를 오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는 하노이에 있는 모든 시내버스보다도 많은 숫자다.
삼성전자는 2008년 박닌성에 스마트폰 1공장을 지은 데 이어 2013년 인접한 타이응우옌성에 2공장을 세웠다. 이곳에만 10만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한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관계사와 협력사 300여개사까지 합치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무려 17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 이승준 부장은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1, 2공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수출 50%를 담당한다"며 "기본적인 모델부터 플립폰, 폴더블폰 등 최신폰까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지난해 12월에는 하노이 시내에 2200명이 근무하는 대형 R&D센터를 조성했다"며 "이는 베트남이 생산·연구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동남아 전략거점지로 확고히 자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수출 17% 담당
삼성전자는 베트남 경제를 굴리는 큰 축 중 하나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2022년 매출은 737억달러(약 96조원)로 이 중 648억달러(84조원)가 수출실적이다.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7.4%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과거에는 이 비중이 25%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베트남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비중이 줄었지만 최대 외국투자기업의 지위는 견고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베트남 박닌성에 6억7000만달러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무려 200억달러(26조원)를 투자했다. 이 부장은 "불과 15년 만에 외국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산시설을 완성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0만명이 넘는다. 베트남 고용시장에서도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부터 1년에 두 차례 대학 졸업자와 기능인력을 대상으로 대규모 채용절차(GSAT)를 진행해오고 있다. 베트남 내 직접투자(FDI) 외국기업으로는 유일하다. 베트남 고용시장이 대부분 경력자 위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해 나라의 핵심인재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선발된 신입사원들은 삼성 베트남 법인에서 간부급으로 성장해 삼성전자 경쟁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
삼성과 베트남의 인연은 1989년에 시작됐다. 삼성물산(상사부문)이 하노이에 한국사무소를 설치하고 양국 간 무역 프로젝트 발굴 활동을 벌이면서부터다. 이후 1995년 호찌민 투득 지역에 삼성전자가 TV 생산공장과 판매법인을 만들면서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진출이 이어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투자는 고 이건희 회장이 2005년 판반카이 베트남 총리와 하노이에서 투자회담을 벌이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베트남 정부가 7개 부처와 박닌성 정부로 구성된 '삼성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삼성은 이후 10년에 걸쳐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가 박닌성을 시작으로 타이응우옌성, 호찌민, 하노이 등에 생산법인 6개, 판매법인 1개, R&D센터 1개를 세웠다.
베트남은 삼성에 있어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중저가 휴대폰은 물론 최고급 폴더블폰까지 생산하고 있다. 또 냉장고, 세탁기, TV, 청소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5G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 중요한 부품을 만들어내면서 삼성의 가장 중요한 글로벌 생산거점이 되고 있다.
■"협력업체 경쟁력이 우리 경쟁력"
삼성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기지를 넘어선 동남아 전략거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022년 수도 하노이 THT 신도시 내에 R&D센터를 세웠다. 이는 베트남에서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을 위해 대규모 사옥을 짓는 첫 사례다. R&D센터는 대지면적 1만1603㎡에 지하 3층~지상 16층 연면적 7만9511㎡ 규모로 R&D 인력 2200명이 상주하면서 모바일 단말기,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삼성이 베트남에서 존경받는 이유는 또 있다. 현지법인이 과실만 취하는 게 아니라 베트남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협력업체를 키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베트남 협력업체의 기술력이 좋아야 삼성 완제품의 경쟁력도 좋아진다는 마음으로 동반성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현지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는 부품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품산업 컨설팅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금형 전문가 육성사업도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4차 산업시대를 맞아 현지 기업과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스마트 팩토리 발전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컬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다양한 투자
삼성전자는 베트남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 솔브 포 투모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현지 학생들이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이른바 '스템(STEM)'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문제해결 접근법과 STEM 지식을 기반으로 지역 현안에 대한 창의적 솔루션을 배우게 된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 솔브 포 투모로는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에서는 2019년부터 도입됐다. 2023년 대회에는 베트남 전국에서 400개 학교에서 2266개의 아이디어 프로젝트가 접수됐으며, 14만9130명의 학생과 교사가 온라인 교육에 참여했다.
삼성은 또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SIC)'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젊은이들이 탄탄한 기술기반으로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최신의 IT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9년 시작해 현재까지 누적인원 6410명의 교사와 학생이 3만2308시간의 수업을 들었다.
삼성은 이와 함께 2014년부터 베트남 직업훈련총국과 협조해 세계기능올림픽 참가선수를 대상으로 특별훈련 과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의 숙련된 기능인력 양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지원대상 선수로 선발되면 국제대회에 앞서 1년 동안 한국에 있는 삼성 기능올림픽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대회에 참가한다. 삼성의 지원을 받은 선수들은 2015~2022년 4번의 세계기능올림픽에 출전, IT소프트웨어 솔루션 부문에서 2개의 동메달을 땄다. 삼성은 현지 저소득가구 자녀들의 방과후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삼성희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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