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바이오뱅크힐링 이사
무중력 상태서 인분 1g으로 분석.. 치열한 경쟁 뚫고 투자유치 선정
난치성 장질환 시장 선점 밑거름
"'대변'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습니다."
바이오뱅크힐링의 이원석 이사(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보령의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 '휴먼스 인 스페이스(HIS)' 챌린지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지원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HIS 챌린지는 전 세계 31개국 100개 이상 스타트업과 연구진이 지원했다. 심사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청(ESA), 스페이스X 등 주요 우주기관과 기업 소속 연구진이 위원으로 참가했다. 바이오뱅크힐링은 최종 선정된 7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운영(COO)과 재무(CFO)를 책임지고 있는 이원석 이사는 HIS 챌린지 선정을 위해 밤낮없이 살았다. 장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4개월간 주 90시간 이상을 쓰며 발표를 준비했다. 발표 당일 선보인 미생물 분석장비가 주목받았다. 이 장비는 무중력 상태에서 단 1g의 분변으로 장내미생물을 분석했다. 세계 최초 사례라고 한다. 크기는 A4 용지보다 작았다.
이 이사는 "미래 바이오 시장에서 우리의 기술이 우주에서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바이오뱅크힐링은 아시아 최초, 국내 최대 규모 대변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변이식술(FMT)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대변이식술은 인간의 변을 약으로 쓰는 의료기술이다. 건강한 사람의 인분을 환자의 소화관에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치사율이 높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 감염증(CDI)'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이사는 "전 세계 대변은행 규모는 2조7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5%씩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대변은 CDI 완치율이 90%가 넘어 경쟁사 대비 10% 이상 높다"고 강조했다.
대변이식술은 피부암인 흑색종 치료뿐만 아니라 노화나 당뇨, 파킨슨병, 자폐증 같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오뱅크힐링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먹는 대변약' 개발에 나섰다. 앞서 지난 4월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Vowst)'의 품목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받았다. 보우스트는 병원을 방문해서 의사의 시술을 받을 필요 없이 대변 이식을 받는 효과를 낸다.
이 이사는 "경구용 FMT 캡슐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며 "기존 대변이식술의 90% 효과를 목표로 개발했다. 내년 1월부터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바이오뱅크힐링을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우선 분변 분석장비를 상용화해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과민성대장증후군(IBS), 염증성장질환(IBD),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천식 같은 질환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자사가 독점 보유한 2000여종의 균주를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원료 개발 등도 가시화를 앞두고 있다.
이 이사는 "CDI 등 39조원에 육박하는 난치성 장질환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톱티어가 될 수 있도록 초격차 기술개발에 몰두하겠다. 미래에 있을 의료수요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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