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리사이클링 기업 ‘TES’를 가다
환경기업 선언 작년 4월 TES 인수
니켈·코발트 92%, 리튬 96% 회수
23개국 글로벌 거점 네트워크 구축
폐배터리 물량 확보 경쟁력 자신감
메모리 파기·재활용 ‘ITAD’도 주력
"IT자산 폐기량 최소·재사용이 목표"
싱가포르 TES B 배터리 재활용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테스의 오종훈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싱가포르=윤경현 기자】 '(IT기기들의) 심장재생센터.'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E-Waste 리사이클링 전문업체 테스(TES)에 딱 어울릴 법한 단어다. 휴대폰을 비롯한 IT기기들의 '심장(배터리)'을 되살리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건설업체(SK건설)에서 환경기업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테스의 사업영역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IT자산처분서비스(ITAD)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등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정보보안, 물류규제 등으로 모두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IT기기 '심장재생센터' 배터리 재활용
싱가포르 외곽 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테스의 배터리 재활용공장(테스 B plant)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자루가 제일 먼저 보인다. 그 안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휴대폰 배터리가 가득하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의 출발점이다.
우선 △화재를 막기 위해 방전시키고 △전기를 통하게 만드는 전해액을 빼내고 △케이스와 양극 극판 등을 분리해 분말(블랙매스)로 만드는 전처리를 거쳐 △특수용액에 녹여 금속이온 상태로 만든 뒤 원하는 흑연, 니켈, 코발트, 리튬 같은 금속을 분류해 정제(후처리)한다.
테스의 오종훈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방전이 완전히 되지 않으면 처리 과정에서 화재 위험성이 크다"며 "지금은 사람이 작업을 수행하지만 향후 협동로봇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과 태블릿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무게는 대략 50g이다. 지난 2년간 테스의 리사이클링 물량은 휴대폰과 랩톱 1억2000만대에 달한다. 블랙매스 기준으로 6000t에 해당하는 양이다.
선반 한쪽에 놓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EV) 배터리가 눈에 들어온다. 사고차량에서 나온 것으로, 무게가 500㎏을 훌쩍 넘는다. 휴대폰과는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이다. 오 CSO가 "전기차" "전기차"를 외치는 이유를 알 만한 대목이다. 그는 "올해 상반기부터 중국 상하이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화학적 처리를 시작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에서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 CSO는 "수명이 끝난 전기차에서 나오는 배터리는 2026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리사이클링에 들어갈 것"이라며 "지금은 스크랩에서 나오는 것들을 처리한다. 배터리 20GWh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장 운영 초기에는 연 1만t의 공정 스크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해 내는 비용이 새 광물을 채굴하는 비용보다 비싸면 경제성이 없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의 손익을 나누는 경계로 핵심광물 회수율 90%, 회수금속의 순도 99%를 제시한다.
오 CSO는 "테스의 경우 니켈과 코발트가 함유된 블랙매스 회수율은 92%, 리튬은 96% 이상을 달성했다"면서 "회수금속의 순도는 97%를 웃돈다. 실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광물 수준인 99.9%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테스가 '도시광산(Urban Mining)'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테스에 '회수율 높이기' '불순물 줄이기'는 여전히 큰 과제다.
최근의 전기차 판매량과 배터리 수명 등을 감안하면 폐배터리 시장은 오는 2030년부터 급속하게 성장,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보통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5년이 지나면 초기 용량 대비 70% 아래로 성능이 감소하고, 10년 안에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 CSO는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가 되면 폐배터리 물량(feedstock) 확보역량이 곧 경쟁력"이라며 위치(Location), 물류(Logistics), 인허가(Licence)를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테스는 23개국에 걸친 글로벌 거점 네트워크, 30여개 바젤 퍼밋(Basel Permit) 기반의 인허가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폐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확실한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스는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전략으로, 자전거 바퀴의 중심축(허브)과 바큇살(스포크)이 펼쳐진 것처럼 각 지점의 물량을 중심에 집중시키고, 다시 지점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 23개국에 46개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 대표 항구 중 하나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호주 시드니 등 추가 거점 확보에 한창이다.
"이 공장은 폐수를 일절 배출하지 않는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공정의 끝단에 있는 '기계식 증기 재압축기(MVR)'라는 장치 덕분이라고 했다. 공장에서 사용한 물을 처리하면서 리튬과 부산물(황산나트륨)을 얻고, 물은 계속 순환시킨다는 설명이다. 물이 귀한 싱가포르 입장에서는 '효자' 공장인 셈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공장 마당에는 정체 모를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다. 시내버스였던 BYD의 전기차 6대에서 나온 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해 만든 1㎿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란다. 오 CSO는 "공장 천장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한 전기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한다"며 "공장에서 쓰는 전기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IT기기의 '뇌혈관센터' ITAD
심장재생센터 옆에는 '(IT기기를 위한) 뇌혈관센터'가 있다. IT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메모리 등을 재사용 혹은 재활용하도록 해준다. 오 CSO는 "ITAD(IT Asset Disposition) 사업은 노트북과 휴대폰, 데이터센터 장비의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에서 각종 정보를 완벽하게 파기한 후 재사용·재활용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라고 공식적인(?) 설명을 내놨다.
사업 특성상 개인정보 및 브랜드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공장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오 CSO는 "국가별로 달리 적용되는 법규나 규제 환경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테스는 이미 다수의 인허가를 확보해둔 상태"라며 "완벽한 정보보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고객사들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스는 2005년 설립 이후 2016년 유럽의 Datasserv를 시작으로 여러 ITAD 전문기업을 인수, 관련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그 덕분에 IT 시장분석기업 가트너는 테스를 아이언마운틴(미국), 심스라이프사이클(호주)과 함께 전 세계에 포괄적인 ITA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톱3'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오 CSO는 "ITAD 사업은 단순한 자산처분(disposal)이 아니라 자원 재배치(Disposition)의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며 "ITAD야말로 Reduce(감소),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의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IT자산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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