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2개 상장… 13년 만에 최대
공모 규모 1000억 이상 4개 불과
상장 첫날 주가 변동폭 확대 한몫
IPO심사 대폭 강화… "내년 회복"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증시에 새로 입성하는 기업은 늘어나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몸집이 작은 중소형 IPO를 중심으로 진행돼 공모 규모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신규 상장기업의 상장 당일 주가 변동폭 확대 효과에 공모주 투자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는 분석이다.
■상장기업 수 늘고 공모 규모 작아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총 82개(리츠·스팩·이전상장 제외)에 이른다. 지난해(70개)보다 12개 늘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이전상장을 포함하면 모두 122개(스팩 존속·소멸 합병 제외)로 스팩 제도가 도입된 2009년 12월 이후 약 13년 만에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고금리 등으로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해보다 신규 상장이 늘어나는 등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공모 규모가 작은 중소형 위주로 이뤄진 점이 한계로 꼽힌다.
IR컨설팅 전문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신규 상장기업 가운데 공모 규모가 500억원을 밑도는 곳이 66개나 됐다. 리츠를 제외하고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곳은 두산로보틱스(4212억원), 에코프로머티리얼즈(4192억원), 파두(1189억원), DS단석(1160억원) 등 4개에 불과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에 투자심리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 이에 따라 올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하거나 상단에 확정된 기업이 총 66개에 달했다.
특히 희망범위를 넘어선 기업(41개)이 지난해(12개)보다 3배가량 늘었다. 투심이 위축된 상황이어서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이기보다 기대치를 낮춰 안전하게 상장하려는 기업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따따블 기대감에 투자 열기 '후끈'
올해 IPO 시장의 가장 큰 제도 변화로는 단연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 당일 주가제한폭 확대'가 꼽힌다.
지난 6월 26일부터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종목들의 상장 당일 기준가격 결정방법과 주가 변동 폭이 변경됐다. 공모가가 바로 기준가로 결정되고, 해당 가격의 60~400%로 주가 변동 폭이 확대된 것이다.
상장 당일 수익률 기준으로 최대 300% 상승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 사이에선 이른바 '따따블'(공모가 대비 주가 4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일반투자자의 청약 경쟁률이 급등하는 등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올해 일반청약에서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은 곳은 35개로 지난해(24개)보다 46% 증가했다.
실제 따따블을 달성한 기업이 잇따라 등장했다. 케이엔에스와 LS머트리얼즈, DS단석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0% 급등했다. 특히 LS머트리얼즈는 이후 상한가를 두 차례 찍어 공모가 대비 최고 620% 올라 올해의 공모주 승자가 됐다. 이 밖에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50% 이상 상승한 기업이 49개로, 올해 공모주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파두 사태로 IPO 심사 강화
한편으로는 '파두 사태'로 인해 IPO 시장의 위축 우려가 제기됐다. 파두는 올해 8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설계(팹리스)업체다. 지난 11월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3·4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뻥튀기 상장' '사기 상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적 공개 직후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1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공모가(3만1000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IPO 심사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IPO 증권신고서 심사 시 제출 직전월까지의 매출액, 영업손익 등이 '투자위험요소'에 적절히 기재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실하게 공시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내년 2·4분기 안에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도 나올 예정이다.
내년 IPO 시장은 신규 상장기업 수는 물론 공모 규모도 크게 증가하는 '회복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심위축에 상장을 미뤘던 대어급들이 증시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 최종경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은 상장기업 수는 많지만 공모 규모는 작았던 시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몸집이 큰 기업들도 잇따라 상장하면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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