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현 산림청장이 지난 26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세밑 인터뷰에서 1년간의 산림 행정 성과와 지속 가능한 산림이용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대전=김원준 기자】 "보존할 산림은 보존하고 나머지 숲은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자 산림 정책의 지향점입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난 26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세밑 인터뷰에서 산림 경영 정책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선뜻 화두로 꺼냈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의 문제 제기로 불거진 임도 추가신설과 산불피해지 복원,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 확대 등과 관련한 일련의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삼림 관리를 위해 만든 통로인 임도(林道)가 산사태를 키우고 산불 피해지 복원 및 자작나무숲 조성 과정에서 무분별한 집단 벌목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청장은 "일부 시민단체는 경제·환경·사회문화 측면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자연 생태환경론자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산림을 환경 및 사회문화 자원이 아니라 생태 자연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남 청장은 "산림정책의 큰 틀은 산림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기능이 종합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보존할 산림은 보존하고 그 외의 숲은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유엔(UN)이 정한 산림관리전략으로, 권장사항이 아니라 '해야한다'는 준수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남 청장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의 좋은 사례로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을 꼽았다. 교육과 의료, 문화 등의 기반이 빈약한 산촌에 국유림 명품숲을 조성하고 잘 가꿔 방문객을 유치,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경제 선순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30년전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산림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은 것이 인제 자작나무숲"이라면서 "지금은 연간 3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 힐링하고 있고, 주민들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1년 6개월 여간 남 청장이 누빈 출장 거리는 총 14만㎞에 달한다. 이는 한 달에 약 9000㎞를 오간 것으로, 지구 세 바퀴를 돈 거리다. 오랜 공직 생활에서 쌓은 산림행정 전반에 대한 두터운 식견과 추진력, 특유의 적극성과 부지런함은 남 청장의 장점이다.
남 청장은 "현장을 다닐 때마다 드는 생각은 국토의 63%인 산을 어떻게 활용하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은 물론 주민 소득원 개발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까하는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산림정책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공공데이터를 개방해 산림 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남 청장과 일문일답.
―2023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 해 산림 행정을 돌아본다면.
▲올해는 우리 산림행정과 산림산업분야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던 한 해였다.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산림 100년 비전'을 선포했다. 우리의 산림녹화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했고,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과 '걷기 좋은 명품숲길 50선'을 선정, 국민에 숲을 돌려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임업인과 청년들이 산에서 소득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제도도 개선했다. 숲경영과 산림복지를 융합한 '숲경영체험림' 제도는 임업인의 새로운 소득 창출 기반이 될 것이다. 산림이 탄소중립 실현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국외산림탄소배출감축법'을 제정하고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도 마련했다. 탄소감축 효과가 큰 국산 목재를 이용하는 목재산업을 녹색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목재친화도시와 목조건축 등을 국가 정책으로 활성화했다.
―우리 산림 정책의 지향점은.
▲우리 산림 정책의 큰 틀은 산림의 경제·환경·사회문화적 기능이 종합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보존할 산림은 보존하고, 그 외의 숲은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유엔(UN)이 정한 산림관리전략과도 일치한다. 유엔은 숲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할 수 있다'는 권장사항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고, '하여야한다'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준수 조항으로 정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리는 산주와 산촌 주민 모두에게 돈이 되고 권익도 증진할 수 있도록 산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모든 산림 선진국이 지향하고 있는 산림정책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임도설치 및 벌채 등에 대해 잇따라 비판하고 있는데.
▲최근 일부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경제·환경·사회 문화적 측면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자연 생태환경론자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보존'만을 주장하고 있다. 산림을 환경 및 사회문화 자원이 아니라 생태 자연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생물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제생물다양성협약은 보존을 우선으로 하고 다음으로는 증식과 산업화의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인류와 자연이 공생·공존하는 게 큰 줄기다. 다시 말해 자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며 바이오 생명산업을 육성해 희귀·특산·멸종 식물 등을 보전·복원·증식하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생물다양성 협약의 원칙이다. 생태론자들은 이러한 지속가능한 이용에는 눈을 감고 보존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 약력 △65세 △충남 논산 △대전고 △건국대 행정학과 △산림청 기획관리관 △남부지방산림청장 △국립산림과학원장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특임교수 △경상국립대 산림자원학과 초빙교수 △제34대 산림청장(현)
―최근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 추가 조성과정에서 잘려나간 나무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30년 전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산림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자작나무를 심은 것이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이다. 지금은 연간 30만명의 사람들이 그 곳을 찾아 즐기고 힐링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그 일대 주민들은 소득이 늘고 지역경제가 자연스레 활성화되고 있다. 숲을 통한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크다. 산림청이 하려는 산림정책의 근간은 바로 이 것이다.
그러나 환경생태론자들은 '왜 100년 동안 가는 활 잡목을 베내고 50년 밖에 생존하지 않는 자작나무를 심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산불에도 약하고 생존기간도 짧은 나무를 심어 숲을 망가뜨린다는 주장이다. 완전히 접근 방법이 다르다. 산림청은 경제·환경·사회·문화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 국유림을 플랫폼으로 해서 '찾아오는' 산촌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들은 구석기 시대 자연주의자 시각에 머물러 있다.
유엔 산림전략과 2050유엔생물다양성협약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해 산림지역 및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임산물 비율을 대폭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산림보호와 복원, 조림, 재조림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경영과 산림황폐화 방지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산림의존형 주민들의 생계증진을 통한 산림기반의 경제·사회·환경적 편익 증진에 나설 것도 주문하고 있다. 육상생태계 30% 면적 보호를 규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물다양성 보장과 생태계 서비스를 위한 임업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관리도 요구하고 있다. 산림 보호와 복원, 조림,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은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이다.
―인제 자작나무숲을 추가 조성하는 이유는.
▲최근 인구 소멸지역에 명품 숲길을 만들어 지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정주인구를 갑자기 늘릴 수는 없어도 생활산촌인구 즉 '관계인구'를 증진시켜 나가고 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진 않았지만 정기·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산촌 소멸을 막기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도농교류를 통한 관계인구 확대다.
교육과 의료, 문화 전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정주인구를 늘릴 수 없는 산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수 있도록 국유림에 명품숲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하게 유지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새로 조성된 자작나무숲은 기존 자작나무 숲 인근 산림 총 4만9000㎡다.
―최근 일각에서 산불피해지 복구 과정에서 집단 벌목과 소나무 위주 식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산불피해지는 산림의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두루 감안해 합리적인 복원방향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복원방식은 산불피해 강도 및 암석지 등 접근성, 보호구역여부 등에 따라 조림복원과 자연복원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산불 피해지 총 2만3928㏊중 조림복원은 1만768㏊로 45%, 자연복원은 1만3160㏊로 55%를 차지했다. 조림복원지 식재 수종은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61%, 활엽수가 39%이며 나무식재는 산주 요구와 동의를 통해 이뤄진다. 송이 채취 등의 목적으로 산주가 원하는 나무를 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집단 벌목과 소나무위주 식재가 이뤄진다는 일방적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백두대간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보존가치가 높은 산림은 생태환경요소와 사회정책요소, 자연회복력을 고려해 산림생태복원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새해 주요 추진 과제는.
▲'숲으로 잘사는 글로벌 산림강국'을 실현목표로 주요 과제를 추진할 것이다. 우선 일상화 대형화하고 있는 산림재난으로 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소중한 숲을 지킬 것이다. 이를 위해 첨단과학기술로 전국의 산불을 촘촘히 감시하고 인력과 장비 등 진화역량도 강화하겠다. 또 산사태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도 총력을 쏟겠다. 임업인의 소득안정과 산림복지서비스 강화에도 나설 생각이다. 임업인의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고 국유림 등을 활용한 산촌 활성화하는데 집중하겠다.
아울러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산림자원을 육성해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이바지하겠다. 이와 함께 산림경영·관리의 디지털화, 스마트화, 빅데이터화를 촉진하고 산림과학 연구개발을 강화해 산림산업을 첨단화할 것이다. 이밖에 국익에 기여하고 국가위상을 높이는 국제산림협력 확대도 주요과제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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