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가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개최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찬미 기자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방안을 놓고 시장 참여자와 유관기관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시장 참여자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요구한 반면,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공매도 투자자의 자체적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거래소가 27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개최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2018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후처리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한 후 5년이 지났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전 차단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거액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관리 시스템(FIMS)을 이용할 경우 구축 비용은 최대 100억원 이내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지금은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해도 결제 불이행만 이뤄지지 않으면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측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선을 그었다. 소유주식, 차입주식, 기타 매도 가능한 권리로 구성된 매도가능잔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공매도 방지의 필수조건인데 제3자인 증권사, 거래소가 개별 투자자의 매도가능잔고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송기명 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외국인 혹은 기관 투자자 당사자가 아니면 제3자가 매도가능잔고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1단계 전산화 방안으로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투자자가 잔고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고, 증권사가 이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증권대차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면 불법 공매도 방지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주문과 관련해 해당 주문이 무차입인지, 유차입인지에 대한 책임은 증권사에게 있다"며 "증권사들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주문이 들어왔을 때 걸러주는 '대차거래 플랫폼'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소수 증권사에서는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해당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면 불법 공매도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상현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대차부장은 "해당 시스템이 잔고 관리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해당 플랫폼만으로 실시간 공매도 방지 시스템의 전산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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