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경기 한파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거나 인력 구조조정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특히 내년에는 인공지능(AI)이 IT 산업 곳곳에 적용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우선 카카오 자회사들에서 여러 희망퇴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 직원들이 카카오 공동체(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회사를 떠나면서 전체 인력의 30% 가량이 줄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10년 이상 고연차 직원을 상대로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챕터프로그램(NCP)을 실시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406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여행·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와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도 올해 9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희망퇴직 대상자 수에 대해 야놀자 측은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사도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타격을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매각하고, 해당 사업실 팀원 70여 명을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 했다. 최근엔 AI 금융 사업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엔씨는 지난 10월 조직·의사결정 체계 정비, 비용 절감, 신성장 역량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켜 경영 효율화 의지를 보였다. 위원장은 3월 취임한 구현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맡았다.
컴투스의 메타버스(3차원가상세계) 사업 계열사 컴투버스도 9월 메타버스 서비스 '컴투버스'를 출시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라인게임즈는 신임 대표 취임 한 달 만인 3월 전 직군에 걸쳐 전체 직원 약 10%에 해당하는 20∼30명을 상대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중소 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AI 도입은 IT 업계에 또 다른 변수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 게임 개발 과정이 생성형 AI 등 기술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팀 기반 1인칭슈팅게임(FPS) ‘더 파이널스'는 인게임 보이스에 AI가 만든 음성이 도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해외 성우들이 AI가 일자리를 뺏을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했고, 엠바크 스튜디오 측은 "성우 없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 사업 부문별로 인원을 뽑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오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다"며 "AI 기술이 산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게임 제작이 편해지겠지만 그만큼 인력 감원은 가속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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