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CXL 2.0 D램. (삼성전자 제공) /사진=뉴스1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작년 한해 사상 최악의 겨울을 보낸 반도체 산업의 반등 여부가 올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행히 인공지능(AI)발 훈풍이 부는데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노력으로 2021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하며 업황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메모리업계 화두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올해 AI 관련 산업의 확대로 온디바이스 AI와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메모리 등이 메모리업계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디바이스 교체 수요 등 2분기 메모리 '부활'
전문가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반등시기로 올해 2·4분기를 꼽았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반도체 시장은 13.1%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45%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반등을 전망했다. 경 부연구위원은 "D램과 낸드 모두 올해 시장규모가 2021년의 90%가량 수준 규모를 회복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기기 및 스마트폰의 3·4분기 신제품 출시가 많아 2·4분기 정도 본격적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회복 원인을 두고 주요 업체의 감산으로 인한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회복과 IT기기의 교체 수요가 꼽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2·4분기에는 D램과 낸드의 재고 소진의 시기와 수요 회복 시기가 맞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D램과 낸드 가격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D램 가격은 지난 2021년 하반기 최고점을 기록한 뒤 IT 시장 및 거시경제 악화로 지속 하락해 왔다. 그러나 감산 효과가 본격화 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반등을 시작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올 1·4분기에는 전반적인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10~15% 상승할 것이며, 오는 2분기에도 D램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의 경우는 "공급사들의 감산 전략과 고객사의 비교적 견조한 수요로 낸드 가격이 연말 소폭 상승했다"며 "낸드 가격은 안정세 속에서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 부연구원은 "올해 디바이스 교체기가 도래했고 반도체 업황 사이클상 업턴(상승국면)에 놓였다"면서 전방산업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경기가 회복을 넘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4% 늘어난 11억7000만대로 예상했다. 특히 교체 수요와 맞물려 인도와 남아시아, 동남아 등 신흥 국가들에서 출하량이 6% 증가할 전망이다.
HBM·온디바이스AI·CXL메모리 '주목'
전문가들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화두였던 HBM의 돌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9%에서 올해 1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HBM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돼 국내 메모리 기업의 투자와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북미 클라우드 업체들의 AI 서버 신규 투자 확대로 HBM 공급 부족은 심화될 전망인 가운데, HBM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이 한껏 더 치열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온디바이스 AI 시장도 팽창기에 접어들며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버 대신 기기 자체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는 특성상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용량·고성능 낸드가 필수인 만큼 그간 부진했던 낸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온디바이스 AI가 본격화되면서 온디바이스에 사용되는 차세대 메모리 제품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CXL 메모리 시장도 올해 반도체업계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XL은 AI,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 업황의 최대 변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중국 경제를 꼽았다. 양 전쟁의 장기화로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세계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 회복도 더뎌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중국 내수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원자재 수출제한 확대 시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