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fn이사람] "경제학 소양 갖춘 여성인재 분야별로 육성"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여성인재의 요람 이화여대 강단서
학문경계 넘나드는 경제 이해 강조
韓 과제는 인구감소와 과한 규제
교육투자 늘리고 산업융합 도와야
올해 ‘L자형’ 경기침체 대책 필요

[fn이사람] "경제학 소양 갖춘 여성인재 분야별로 육성"
사진=박범준 기자
"고학력 여성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향후 한국 경제발전을 좌우합니다. 여성 인재 배출을 선도하는 이화여대에서 경제학적 소양을 갖춘 여성 과학자나 공학자들을 많이 양성하고 싶습니다. 학자로서는 국가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제 연구나 언론을 통해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포부입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교육자이자 경제학자로서의 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석 교수는 1996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제학원론 강의를 듣고 경제학자의 꿈을 키웠다. 이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권유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오하이오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이화여대에 부임했다.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인문·사회계열 학생뿐만 아니라 공학·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만났다는 석 교수는 "과학자들이나 공학자들도 경제정책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런 인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석 교수는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성장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꼽았다. 한국 경제성장률 저하는 인구 급감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주 원인이다. 이를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려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정보기술(IT) 발달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석 교수는 "애플만 보더라도 금융산업에 진출해 월렛이나 애플페이 등의 금융거래·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삼성전자, 하나은행 등은 금산분리 규제 탓에 애플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의 경우 IT 산업인 알뜰폰 서비스에 진출한다면 고객의 통신비 납부 패턴을 통해 대출 원리금을 얼마나 성실히 상환할 것인지 미리 확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례들이 융합돼 금융·정보기술 산업의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석 교수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그는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수도권 등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핵심지에 신규 주택공급을 늘릴 방안을 발표하며 집값 상승 기대를 꺾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책자금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 적용 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PF 리스크에 관해서는 건설사 연쇄도산으로 실물경제에 타격이 커질 수 있으므로 부실사업장은 경매 처분해 남은 채권을 회수하고, 수익성이 있는 사업장은 자금을 지원해 살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석 교수는 올해 경기가 'L자형'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상반기에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정책·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할 경우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되는 대신 경기침체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석 교수는 "하반기에는 통화정책 기조 전환(기준금리 인하)을 통해 소비·투자를 회복시켜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석 교수는 올해 연구계획에 대해 "부동산 자산 불평등도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에 대한 연구, 하반기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과 통화정책 완화적 전환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