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해소만으로도 호재
인력감축 등 큰 구조조정 없을듯
신사업 발굴 속도·적자탈출 총력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사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이날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4일 한앤코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국내 3대 유업체 중 하나인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남양유업 주식을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영권 분쟁 일단락…기타 소송·지분 정리 남아
대법원 판결 직후 한앤코는 곧바로 남양유업 인수절차를 밟아 훼손된 지배구조와 이미지 개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앤코는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계획을 세워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도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번 판결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정리 과정이 여전히 남아있어 남양유업의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식 양도소송과 별개로 홍 회장은 한앤코를 상대로 회사 매각계약이 무산된 책임을 지라며 31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 2022년 1심에서 패했다. 한앤코도 2022년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그룹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협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320억원을 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심에서는 홍 회장이 승소했지만, 작년 2심에서는 대유위니아그룹의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이에 더해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청구를 한 상태다.
■한앤코, 남양유업 이미지·실적 개선 집중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여러 논란으로 훼손된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실적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남양유업의 연매출은 지난 2020년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3·4분기에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업계가 2018년부터 단백질 및 식물성 음료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남양유업은 오너리스크로 2022년 하반기 들어서야 단백질음료 시장에 진출하는 등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오너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 적자탈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앤코는 인수 초기부터 인력감축 등 무리한 구조조정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축사옥과 전국 6개 생산시설 등 부동산 가치만 따져도 투자금을 크게 웃돌고, 그동안 '오너리스크'로 훼손된 회사 이미지만 회복해도 실적개선 여지가 충분한 까닭이다.
한편 유업계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의 경영정상화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영정상화는 우리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라며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면서 국내 시장 자체가 위기인 가운데 남양유업의 재기로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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