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선솔루션 대표이사
LGD·현대캐피탈·SL 등 고객사로
회계사 3명이 거둔 ‘다윗의 승리’
금융당국에 정정공시 받지 않게
수임수익보다 품질 내실 다질것
골리앗을 눕힌 다윗은 자신이 무엇으로 싸워야 이길지 명확히 알았다. 결투 종목이 링에서 하는 권투나 모래판에서 하는 씨름이었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을 테다. 힘이 아닌, 자기 객관화가 승리 요인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회계업계에서 단연 화두였던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대형 4개사 말고는 대다수 회계법인이 사실상 걸음마 단계다. 돈이 되는 딜(M&A)이나 필수부문인 감사에 투입될 자본·인력을 빼긴 어려워서다. 대응팀을 만든 사례도 더러 있지만 실제 수주를 받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와중에 한 스타트업 컨설팅업체가 대기업을 고객으로 모시면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고 있다.
김현웅 선솔루션 대표이사(사진)는 4일 "전문성에 가장 큰 가치를 뒀고 고객사들도 이를 인정해준 것으로 본다"며 "수익성에 목적을 둔 무리한 업무수임보다는 품질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라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국내 '빅4' 중 하나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지난해 6월까지 약 16년을 일했다. 지난 2017년 감사본부에서 근무할 당시 금융지주를 담당하며 XBRL을 접했다. 이후 XBRL센터 개소 후 합류해 전문성을 키웠다. 현재 금융감독원 재무공시선진화추진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품질'은 기업이 금융당국 '정정공시' 요청을 받지 않게 만들어주는 결과를 뜻한다. 나아가 국내외 투자자들이 회사정보를 더 명확히 인지·비교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춰 투자유인을 마련하는 수준의 서비스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회계지식 모두 필요한 작업"이라며 "전산으로 이뤄지고 세부적인 국제표준들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처음부터 창업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XBRL을 수년간 다뤄보고 XBRL 활성화에 대한 금융당국 의지를 몇 차례에 걸쳐 확인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두려웠으나 XBRL이라는 '돌팔매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의 도전은 결과적으로 혜안이 됐다. 실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현대캐피탈, 크래프톤, 롯데카드, SL, SK리츠운용, 농협케미컬, 비씨카드 등 굵직한 고객사들이 포진해 있다. 대표를 포함해 회계사 3명이 이뤄낸 성과다.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작업시간이 더 들진 않는다. 관건은 해당 회사가 기존에 얼마나 XBRL 공시에 가까운 형태로 일을 해왔는지다. 오히려 대형사가 해외법인이 있거나 XBRL 관련 소통이 수월해 작업 진행이 빠르다. 그 덕분에 업무에 허덕이기보다는 추가 수임의 여지가 열려 있단다.
김 대표는 당분간 회사를 컨설팅업체로 유지할 방침이다. 향후 인력이 늘고 사업범위가 확대되면 회계법인이나 감사반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당장은 XBRL에 집중키로 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 해외시장도 노려볼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처음 XBRL 업무를 수행했던 곳이 미국 상장기업이었다"며 "전문가그룹과 업무팀이 구분돼 있지 않아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공시정보를 가공해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XBRL은 투자 결정에 쓰는 '활용'이 목적인 만큼 검색·조회 툴이 만들어진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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