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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투사 직원 횡령 30% 3년 지나서야 알았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스템 (상)]

9곳서 6년간 내부 금융사고 20건
하루 1번꼴 감사 있었지만 못걸러
"1명이 지급-결제 다 맡는 게 문제"

종투사 직원 횡령 30% 3년 지나서야 알았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스템 (상)]
#. 국내 A증권사 직원 B씨는 2018년 횡령으로 금융감독원에 고발됐다. 그가 2009년 횡령을 저지른 이후 9년 만의 조치였다. 그가 속했던 C증권사는 B씨가 퇴사했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실제 일어난 전형적인 내부통제 실패사례다. 횡령·배임 등이 이처럼 사건 발생 수년이 지나서야 '우연한' 계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지난 6년간(2018년~2023년 6월)의 증권사 내부직원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9대 종합금융투자사의 금융사고 적발건수는 모두 20건으로, 사고 시작일부터 발견까지 평균 710일이 걸렸다. 전체 증권사 평균(33건·592일)과 비교해 120일가량 길다.

C증권사 사건 외에도 전체 금융사고(20건) 가운데 30%(6건)는 3년 동안 잡아내지 못했다. 적발기간별로 보면 3년 이상 걸린 사례가 6건으로 가장 많았고 1개월 이하(5건), 2~6개월(3건), 6개월~1년 미만(3건), 1~2년 미만(3건)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해당 기간 하루에 한 번꼴로 내부감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 종투사는 2019년 475건, 2020년 379건, 2021년 370건, 2022년 403건 등 연평균 367건의 내부감사를 벌였다.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한 번 이상 내부감사를 실시했다는 의미다. 지난해는 9월까지 253차례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내부감사 체계가 허술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급·결제가 한 직원 업무에서 이뤄지거나 특정 직원이 한 부서에 장기간 있는 경우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대 김대종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감사는 금융사고 적발 시 각 증권사의 점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지급과 결제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분리되지 않고, 직원 1명이 이를 모두 관리하는 증권사가 많아 횡령·배임을 제때 적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명대 서지용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금융사고는 초기 적발이 안 되면 손해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내부감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