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가상자산 제도화의 원년이 될 예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 논의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제도권 자금 유입은 물론 가상자산의 실질적인 자산 가치를 산정하는 계기를 마련, 가상자산 옥석 가리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시행령 등 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오는 22일까지 진행한다.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19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이용자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사업자의 고유재산과 분리해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해야 한다. 또 시행령은 예치금 관리기관을 은행으로 정하고, 은행이 이용자 예치금을 자본시장의 투자자 예탁금과 동일하게 국채증권 및 지방채증권의 매수 등 안전한 자산에만 운용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솔라나(SOL)' 등으로 대표되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된금융) 서비스도 글로벌 규제 동향 등을 반영해 규율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디파이 서비스 운영 주체가 통제권을 가지고 가상자산을 이용한 예금 및 대출과 스테이킹(예치) 등 유사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적용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달부터는 가상자산 회계 및 공시도 강화됐다. 앞으로 가상자산 발행 기업은 자체 백서에 기재된 수행의무를 모두 이행한 이후에만 가상자산 이전에 따른 수익을 회계처리할 수 있다. 일부 가상자산 발행기업이 토큰 발행을 통해 자의적으로 수익·자산을 부풀리기(과대계상)하는 부분을 사전에 금지한다는 게 정책 목표다.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에서 규율하려는 움직임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산하 리서치센터의 김민승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법(非法)과 무법(無法) 영역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과 2차 법안 논의 등 여러 측면에서 제도화 및 합법화가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가상자산 유통 시장이 규제를 준수하는 미국 시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연구원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미국 은행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창업자가 물러난 바이낸스 사례 등에 비춰봤을 때, 미국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은 명확하고 회색지대의 활동은 축소될 것이며 규제를 준수하는 거래소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제도권 기관 자금도 규제 준수 거래소를 선호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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