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통번역해준다던 TCL제품, 간단한 영단어만 떠 기능 갸우뚱
하이센스도 제품은 다양했지만 성능이나 디자인 등 기대 못미쳐
【파이낸셜뉴스 라스베이거스(미국)=김준석 기자】 "인터넷 연결이 안 돼서 부득이하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참여기업인 중국 TV·가전업체 TCL 관계자는 스마트 글라스 신제품인 '레이 네오 X2 라이트'의 실시간 통번역 기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앞서 전날 열린 TCL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글라스를 착용하면 외국인과 대화 시 8종의 외국어가 실시간으로 통번역돼 자막으로 뜬다"고 야심차게 발표한 바 있다.
기자가 실제 착용하니 글라스가 향한 대상의 간단한 영단어가 뜨는 형식이었다. 예컨대 기자가 의자를 바라보면 밑에 'Chair'가, 사람을 쳐다보면 'Person'이 떴다. "어제 발표한 거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거 아니냐"고 묻자 TCL 관계자는 인터넷 탓을 하며 얼버무렸다.
그럼에도 레이 네오 X2 라이트는 TCL 부스 중 단연 인기였다. 삼성전자, LX세미콘, 토스증권 등 다양한 국내기업 관계자와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 관계자들도 레이 네오 X2 라이트를 앞다퉈 착용했다. 특히 TCL 부스와 인접한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CL이 위협적 경쟁자인지를 묻자 "옆 부스라 왔다"면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TCL 태블릿인 '넥스트페이퍼(Nxtpaper)'는 종이 질감이 나는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페이지를 넘기는 촉감이 다른 태블릿들과 달랐다. TCL의 전장 관계사인 산덴(SANDEN)의 전기차(EV)용 컴프레셔도 전시됐다. TCL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와 컴프레셔 등 자동차부품이 결합해 전장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자회사 하만을, LG가 마그나와 합작해 전장사업 확대에 나선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하이센스 부스는 다양한 제품을 전시하며 눈길 잡기에 나섰으나 어디서 본 듯한 제품들이 즐비했다.
하이센스 부스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혼합해서 현실과 가상이 연결된 혼합현실(MR) 기기를 선보였다. 애플의 MR 헤드셋 '비전 프로'와 여러모로 닮았다. 실제 기자가 써보니 설명 동영상에 나온 내용과는 다르게 영상의 선명도가 떨어지고 작동이 부자연스러웠다. 하이센스 관계자는 "소비자 대상 시판 계획은 현재 없고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사업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센스는 효자상품인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도 부스 앞쪽에 배치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미니 LED TV와 110인치 ULED 제품 등을 내세웠다.
ULEDX 제품 밑엔 'The Best MINI-LED TV'라고 적혀 있었다.
기자가 "어떤 점에서 최고(Best)인가"를 묻자 관계자들끼리 설명을 미루는 촌극도 빚어졌다.
한 면을 채운 캔버스TV 섹션은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이젤을 연상케 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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