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영 건물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개시가 확정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이 걸렸다. 재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1호 기업이 나온 셈이다.
다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정상화 과정까지 변수가 많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우발채무가 추가로 나오거나, 태영이 약속한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이 중단되는 등 혼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돌입
11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당초 이날 자정까지 팩스나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취합한 뒤 최종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오후께 개시 조건을 훌쩍 넘어섰다. 정확한 집계 결과는 12일 발표한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연장과 자금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태영그룹은 앞서 필요시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 담보제공 등 추가 자구안을 공개하면서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산업은행이 파악한 태영건설 채권단은 600곳을 넘는다. 산업은행 등 은행권 비중은 33%가량이다. 금융지주 계열사, 국민연금 등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워크아웃이 결정되면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재시행된 기촉법의 제1호 기업이 됐다. 워크아웃의 근거인 기촉법은 지난해 10월 일몰됐다가 국회와 국무회의 통과를 거쳐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재시행됐다.
■사업장 60곳·채권단 600곳 실사 난항
워크아웃 과정은 변수가 많은 만큼 험로가 예상된다.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되면서 채권단은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등에 대한 자산부채실사 등을 거쳐 최종 기업개선계획을 도출하게 된다. 태영건설의 금융채권 행사 역시 최대 4개월간 유예된다. 태영건설이 금융권 대출이나 채무보증 등 익스포저(위험노출)를 보유한 PF사업장은 총 60개다. 이 중 개발초기 단계로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 사업장이 18개이고, 42개는 본PF단계 사업장이다.
워크아웃의 직접적 계기가 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을 비롯해 경기 광주·김포, 대전, 강원 강릉, 부산 등 전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채권자도 다양하고 사업장 수도 많아 실사 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분기별로 약정 이행 상황을 점검해 기준에 못 미쳤을 경우 신규 여신 중지 또는 만기 여신 회수 등의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특히 산은은 태영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태영의 정상화 의지에 달린 셈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회사를 반드시 정상화해 채권단과 협력업체, 수분양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제2의 태영 사태를 막기 위해 25조원 규모의 공적 PF대출 보증 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적 보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전날 공적 PF대출 보증 25조원 공급 등이 담긴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방안'을 내놨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서혜진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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