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에 감독상·남녀주연상까지
'오겜' 이어 한국계 세계 메인으로
이성진 감독, 할리우드 첫발 회상
"잔고 마이너스 63센트에서 출발"
스티븐 연은 수상소감 중 눈시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1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앨리 웡과 스티븐 연, 이 드라마를 연출·제작한 이성진 감독(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2년 9월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각각 들어올렸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한국계 미국 감독 이성진(43)과 배우 스티븐 연(41)이 이어받았다. 또 앨리 웡(42)이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아시아계 배우가 남녀주연상을 동시에 휩쓴 원년이 됐다.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으로 연기됐던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1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다.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이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고, 무려 8관왕에 올랐다.
'성난 사람들'은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A24)을 비롯해 감독상(이성진), 작가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6~7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받은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합치면 8관왕이다.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 가운데 남녀 조연상과 음악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휩쓴 셈이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자신이 지은 미국식 이름 '소니 리' 대신에 한국 이름을 사용한다고 밝힌 이성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처음 LA에 왔을 때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 63센트였다"며 "그땐 그 무엇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고, 제가 이런 것(트로피)을 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또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은 제가 겪었던 감정들을 녹여낸 것"이라며 "이 드라마를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놓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 이어 에미상까지 거머쥐었다.
눈시울을 붉힌 그는 촬영 도중 힘들어하던 자신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던 포토그래퍼와의 일화를 언급하며 "편견과 수치심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사소한 사건으로 촉발된 현대인의 분노를 세밀하게 그려낸 블랙코미디로 지난해 공개 5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관왕에, 14일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4관왕에 올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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