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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리더의 오판] 아무도 원치 않았다

'반대하면 불이익 두려워'
'잘못된 합의효과'로 인해
조직은 대화 막히고 파멸

[유효상 리더의 오판] 아무도 원치 않았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모처럼 시골집에 전 가족이 모였다. 아버지는 근처 도시인 애빌린에 새로 생긴 유명 식당에서 외식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가족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려면 좀 멀고, 아이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시골집까지 오느라 피곤해서 그냥 집에서 밥을 먹고 편안하게 쉬고 싶었지만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특히 아버지가 원하는 것 같아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당에 갔다 온 후에 가족들은 모두 똑같은 불평을 쏟아냈다. 너무 멀고, 피곤한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없이 갔다는 것이다. 사실은 아버지도 가족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냥 해본 얘기였지만 반대하는 사람 없이 모두가 가겠다고 하니까 멀리 가서 비싼 돈을 쓰고 온 것이다. 결국 그 식당을 진짜 가길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모두가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아서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에 동의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을 '애빌린 패러독스'라 한다. 조지워싱턴대 교수 제리 하비의 저서 '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회자되기 시작한 이 심리현상은, 인간은 집단에 반하는 행동을 매우 싫어해서 결국 집단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먼저 파악하려 한다. 특히 상사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방향성이 정해지면 어떠한 의견도 내지 못하고 끌려가게 된다. 혹시 반대 의견을 내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소외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모두가 침묵한 채 가고 싶지 않은 애빌린으로 가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많은 리더들은 과도하게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일반화하여 구성원들도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지지할 거라 과신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누구나 다 이렇게 생각하겠지"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다 좋다고 할 거야"라는 식으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다수의 사람들'을 근거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면밀히 파악하지도 않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같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이런 리더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들을 비정상이라고 쉽게 낙인 찍는 특징도 보인다.

이렇게 실제 구성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잘못된 합의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고 한다. 스탠퍼드대 리 로스 교수의 연구에 의해 알려진 잘못된 합의효과는 확증편향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여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자기정당화가 아주 강한 인지편향이다. 그런데 잘못된 합의효과는 확증편향을 넘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다른 사람들도 나의 믿음, 태도, 가치관을 당연히 공유할 거라 믿는 편향이다.

애빌린 패러독스와 잘못된 합의효과는 모두 조직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의 일종이다. 뉴욕주립대 교수였던 플로이드 올포트가 만든 개념인 다원적 무지는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 부재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사고를 의미한다. 다원적 무지가 판치는 조직에서는 리더 혼자만 얘기하는 회의가 매일 반복되고, 구성원들은 그저 열심히 받아 적기만 한다. 리더가 의견을 물으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스'만을 외친다. 겉으론 단합이 잘되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조직엔 희망도 미래도 없다.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퍼스트 펭귄'이 필요한 것이다. 이 또한 리더의 몫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