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위 ETF 전문 자산운용사인 CSOP 인터뷰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비트코인 선물 시장도 덩달아 성장 예상
접근 쉬운 비트코인 선물 ETF에 투자자 관심 높아져
사우디도 매력적 투자처..리테일 투자자 위주에서 기관 투자자 비중 늘어나는 추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한국 시간 기준, 2024년 1월11일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뉴스1 제공
CSOP자산운용의 이제충 캐피탈마켓부 상무(왼쪽)와 강은혜 이사(오른쪽). CSOP 제공
[파이낸셜뉴스] "향후 비트코인 가격의 점진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인한 규제 리스크 감소, 기관 투자자 자금 유입으로 인한 수요 증가, 반감기에 따른 공급 감소 등 때문이다. 조만간 홍콩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충 CSOP자산운용 캐피탈마켓부 상무는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이같이 예상했다.
중국 남방자산운용의 홍콩 자회사인 CSOP자산운용은 홍콩 2위의 ETF 전문 자산운용사다. 지난 2022년 12월 아시아 최초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선물 ETF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바 있다.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준비중..현물 ETF 승인으로 선물 시장도 성장 기대
이제충 상무는 "다수 국가들이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가상자산 관련업체를 기존의 금융 범위 안에서 관리 감독하려는 추세"라며 "이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역시 금융당국의 지원 하에 8~10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소매 투자자들의 접근을 승인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4일 "홍콩은 향후 몇 달 내에 비트코인 ETF 신청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약 10개의 펀드 관리 회사들이 현물 가상자산 ETF를 홍콩에서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홍콩이 가상자산 현물 ETF를 조속히 출시함으로써 아시아의 주요 가상자산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제4조에 따르면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국내외 통화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등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이같은 기초자산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 중개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다만 금융위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증권사가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위법하지만, 비트코인 선물 ETF는 선물 계약을 중개하는 것이라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의 호재로 'CSOP 비트코인 선물 ETF' 가격은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현재까지 119% 상승했고 'CSOP 이더 선물 ETF'는 71% 올랐다.
강은혜 CSOP자산운용 이사는 "현물 ETF 승인으로 인해 현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선물 시장 거래량도 증가해 다양한 수요에 맞춘 시장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선물 ETF는 현물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결제 사고나 현물 거래소 파산, 해킹 등의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접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대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해 비트코인의 수익을 추종하는 간접 투자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자산 지갑 없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증권계좌를 활용해 투자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우디도 매력적 투자처..기관 투자자 거래 증가세
CSOP는 또다른 매력적인 투자처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꼽았다. 이 상무는 "네옴시티 사업에 뛰어드는 한국 회사에 투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우디 기업에 ETF로 직접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CSOP는 최근 아시아 최초 사우디아라비아 ETF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조원 규모로 사우디아라비아 ETF 중 세계 최대다.
사우디아라비아 ETF는 사우디 증시의 주요 56개 종목으로 구성된 FTSE 사우디아라비아 지수에 연동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현지 대형 금융사들이 편입돼있다. 이 상무는 "최근 메카 지역에서 초대형 금광을 발견한 사우디 국영광산기업 마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ETF 편입 종목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사우디는 최근 10년간 경제 성장률이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비전 2030'이 발표된 이후 2017~2022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이 8.9%에 달한다. 지난해 GDP 성장률은 8.7%로 인도(6.7%)보다 더 높다.
이처럼 눈부신 성장 뒤에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비전 2030'이 존재한다. '비전 2030'에서 자본시장의 주요 계획은 기업공개(IPO)다. 오는 2026년까지 100여개의 기업 IPO를 진행하고 오는 2030년까지 아람코를 제외한 시가 총액이 GDP 대비 88%에 달하도록 목표가 설정됐다. 현재는 GDP 대비 68.2%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강 이사는 "여러 신흥 시장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는 리테일 투자자들이 사우디 주식 시장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시장 개혁으로 인해 최근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 활동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9년 8월 MSCI신흥시장지수, 2019년 9월 S&P 다우존스 신흥시장지수의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2020년 3월 FTSE 러셀 신흥시장지수 등에 포함된 바 있다.
강 이사는 "'비전 2030'에 따라 신규 상장 종목이 추가되고 외국인 소유 한도가 조정되면서 신흥시장지수 내 사우디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 70억~90억달러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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