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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한미 기술동맹과 인도의 중요성

[fn광장] 한미 기술동맹과 인도의 중요성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에서 제1차 한미 핵심·신흥기술대화를 개최했다. 한미 핵심·신흥기술대화는 2023년 4월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으로서, 한미동맹의 영역을 기술동맹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제1차 대화를 주재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성명서를 통해서 경제적 번영 강화와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 그리고 유사 입장국들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사실 반도체, 배터리, 양자, 인공지능(AI), 바이오 및 청정에너지와 같은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개발과 확산 그리고 사용에 관한 협력을 합의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대화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는 인도의 참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측의 제안으로 기존의 한미 간 양자 대화는 2024년부터 한·미·인의 3자 대화로 확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미·일 안보협력과 함께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협력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제시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성으로 인도의 중요성은 이미 명확하게 대두된 바 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주요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도와 폭넓은 협력을 진행해 온 바 있다. 인도는 중국 및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효과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가 실질적인 G3 국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은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와 인도의 협력은 아직까지 미진한 편이다. 특히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정치경제적 위상에 비해 양국 간 협력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대외전략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인도는 비동맹외교를 이끌면서 등거리 외교를 했기 때문에 양국 간 외교 및 통상 그리고 인력 교류가 활성화될 기회가 매우 적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인도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하고 서로 상이한 문화와 가치관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동질성이 높은 반면 인도는 다원적이고 이질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우리 방식대로 접근한다면 인도와의 협력은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 및 정부 측 인사들이 인도와 협력을 진행하기 어려워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보다는 다자 방식으로 협력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미·인 3자 핵심·신흥기술대화 추진은 한·인도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개편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인도와의 협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인도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는 것은 새로운 논의가 아니며, 이미 인도는 반도체 공급망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인력의 20%가 인도계이며 AMD,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對)인도 투자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도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인도와의 협력 강화는 한미 기술동맹의 외연을 확대하고, IPEF 내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한 국가안보실 3차장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