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 신용잔고 18조 넘어
테마주 몰려 손실 더 커질수도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지부진한 장세에 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하고 있지만 시장은 계속 내리막이다. 시장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자자와 시장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3814억원(1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고 남은 돈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당시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16조5766억원까지 줄었으나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고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새해 들어 증시가 빠지는 데도 신용거래융자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4일 이후 9거래일 연속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10일 약 두 달 만에 18조원을 넘은 뒤로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빚투 자금은 인버스 종목이나 테마주 등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가총액 대비 신용거래 잔고 비중(신용잔고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로 잔고율이 9.97%에 달했다. 이 상품은 코스닥150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반대로 추종한다. 코스닥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을 얻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2차전지 관련주가 급등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상승을 이끌었지만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코스닥의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장 분위기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레버리지 투자는 추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쟁 테마주로 꼽히는 지에스이도 신용잔고율은 8.86%이고, 클라우드·인공지능 테마주로 크게 오른 한글과컴퓨터(8.86%), 의료 테마주로 거론되는 랩지노믹스(8.69%) 등의 신용 비중도 높았다. '한동훈 테마주'로 꼽히는 우진(7.70%), '안철수 테마'로 분류되는 써니전자(7.35%), '이낙연 관련주'로 묶이는 부국철강(7.16%)도 코스피시장 신용잔고율 상위권에 포진했다.
당일 신용거래비중을 나타내는 공여율은 더욱 심각하다. 최대주주 변경 이슈로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프리엠스의 이날 신용거래 공여율은 48.26% 달한다. 2거래일 전에 거래된 프리엠스의 주식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신용거래였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 테마주로 꼽히는 엔텔스의 신용공여율도 32.33%였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더욱 투기적·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수석연구위원은 "연초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삼성전자와 2차전지주가 빠지면서 낙폭 과대에 따른 투기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홍콩 주가지수연계증권(ELS)에서 수조원대의 손실이 우려되지만 홍콩증시 3배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매수하거나 태영건설 관련주에 매수가 몰리는 현상을 들여다 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이 더 공격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분간 시장이 반등을 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시장 폭락'의 악순환이 이어질 거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위탁매매 미수금은 이달 중순부터 1조원을 넘기기 시작했고, 반대매매 금액이 1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주가가 횡보하다 박스권을 하방으로 이탈하면 당장 돈이 없으니 빚투를 활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패턴"이라면서도 "현재 수급이 꼬여있어 다음달까지 지수가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시장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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