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공매도 제도 개혁 촉구 펫말 위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를 땐 같이 오르는데 떨어질 땐 국장(국내 증시)만 떨어진다."
새해 들어 '나홀로 추락'을 거듭하는 국내 증시에 투자자들이 절규하고 있다. 증권가는 선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를 주범으로 꼽는다.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한국증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 수익률, 세계 최저 수준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일 2669.81을 기록한 뒤 17일에는 2435.90로 8.76% 떨어졌다. 다른 나라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거나 오히려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미국증시는 횡보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4742.83에서 4739.21로 0.07% 내렸다. 기술주의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만4765.94에서 14,855.62로 0.60% 상승했다.
일본증시는 크게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4일) 3만3288.29에서 17일 3만5477.75로 6.5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럽증시도 흔들리고 있지만 코스피 만큼은 아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이달 초 4401.85에서 4512.81로 2.45%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5.11%)보다 많이 빠진 곳은 폴란드 WIG20지수(-7.94%), 홍콩항셍지수(-6.86%), 중국 선전종합지수(-6.02%) 등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과도했던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미국·중국의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수급 계절성의 후폭풍이 진행중"이라며 "코스피지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부작용" vs. "원래 변동성 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가 국내 증시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200 선물 순매도 규모는 5조3487억원에 달한다. 6만2000계약이 넘는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물량을 국내 기관이 받고, 더 비싼 현물로 파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진행하면서 지수가 떨어졌다는 진단이다. 올해 첫 옵션만기일이던 지난 11일에도 장 막판 기관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는 하락 마감했다. 그날 기관은 코스피시장에서 3조140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IB들이 국내 증시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공매도 시장을 막자 더 큰 파생상품시장에 풍선효과처럼 왜곡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파생상품 분야 전문가는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보이던 지난해 11~12월 선물을 순매수한 것이 올해 들어 매도 물량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외국인 엑소더스'에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숏(공매도)을 금지하면 숏커버링(공매도)도 안 된다. 지수가 떨어질 때 숏커버링이 안전판 역할을 하는데 공매도 자체가 금지되면서 더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론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광남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원래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이 정도 하락으로 제3의 요인을 찾는 건 무리일 수 있다"며 "최근 수급이 꼬여있지만 기업 실적 반등과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난해보다 조금 낮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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