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협력했던 구글 칩 개발
AP 후공정 테스트 대만업체 맡길듯
삼성, TSMC ‘양안 리스크’ 공략
엔비디아 등에 안정적 공급망 강조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연합뉴스
대만 신주 소재 TSMC 공장 연합뉴스
초격차 기술의 최전선인 반도체업계에서 멀티밴더(공급망 다변화) 바람이 불면서 삼성-구글, TSMC-엔비디아 등 전통적인 밀월관계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인 초미세 공정에 돌입할 수록 수율(양품 비율)과 기술력이 중요해지면서,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들이 특정사 중심의 공급망 관계를 버리고 초격차 기술과 안정성을 감안한 파트너 선정이 추세가 되고 있다.
18일 대만 현지 매체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에 활용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텐서'의 후공정 테스트를 대만의 경원전자(킹위엔일렉트로닉스·KYEC)에 맡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1년 10월 자체 반도체 칩 개발에 뛰어든 구글은 삼성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기존 버전인 텐서 G3의 경우 물량 전체를 삼성전자가 5나노미터(1nm=10억분의1m) 공정을 통해 위탁생산하며 후공정(OSAT)까지 턴키(일괄) 생산하고 있다. 대만 언론은 최신버전인 텐서 G4는 4나노 공정으로 기존대로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을 맡지만 테스트는 관례를 깨고 세계 10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KYEC에 맡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디어텍, 노바텍, 인텔 등을 고객사로 둔 KYEC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PC 등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업체다.
현지 매체들은 텐서의 테스트를 대만 업체가 맡게 되면서 오랜기간 이어진 삼성전자와 구글 간 밀월관계에도 금이 갈 것이란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연합보는 "구글은 최근 대만에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는 등 대만 반도체업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구글과 KYEC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찾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구글은 대만 서남부 장화에 첫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2013년 12월 가동에 들어간 이후 2번째, 3번째 데이터센터를 각각 타이난과 윈린 지역에 건설하기 위해 지난해 최소 600억대만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매체는 한발 더 나아가 "구글이 이번 기회를 통해 수율과 기술력 문제로 텐서의 차세대 버전에서 삼성전자 대신 TSMC를 파운드리 파트너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해당 보도가 설득력이 낮다고 보면서도 국내 반도체업계가 오래된 동맹에 기대기 보단 수율 제고 등 기술 역량 확대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공정과 후공정인 테스트를 각기 다른 곳에서 한다면 물류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KYEC의 수주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그는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비롯해 AI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술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소한 문제로 제품 출시를 늦추고 있다"며 "빅테크가 과거의 인연이 아닌 철저히 기술력 중심으로 파트너사를 평가하고 다변화하거나 몰아주기를 하는 등 공급망 변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TSMC와 고객사간 약한 고리가 될 것으로 보고 틈새 공략에 나섰다. TSMC 의존도가 높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AMD와 엔비디아가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관계 불안정 지속을 우려해 멀티밴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1월 열린 'UBS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다른 업체와 달리 파운드리, 메모리반도체, 패키징을 함께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가격과 짧은 제조기간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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