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지연되고, 홍콩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 공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지속되면서 채권 발행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시작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1월임에도 시장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75.7bp(1bp=0.01%포인트)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70.9bp까지 축소됐으나 새해 들어 확대되는 모습이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 침체 가능성, 여기에 ELS 시장 위축, PF발 공포가 더해진 결과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피봇 논의는 당장 금리를 내릴 만한 경제지표상 단서를 포착하지 못하면서 방향성을 다시 모색하는 과정에 돌입했다"며 "현 경제지표들은 적어도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이 매우 성급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명분으로 내세웠던 물가, 고용, 소비의 연결고리들이 건재한 때문이다.
특히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한 ELS 손실 공포가 채권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현재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한 H지수 기초 ELS는 5조2651억원(20일 기준)에 이른다. 피해 규모가 커 은행은 물론 증권사에도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오면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이슈도 불거지하고 있고, 증권사들의 조달 여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ELS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기업 여신업무를 확대하고, 채권을 인수하는데 주로 사용한다. 통상 총액인수제를 선택하는 국내 증권사들은 대표주관사 업무를 하면서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한 후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 판매한다.
만약 ELS 발행시장의 위축이 지속될 경우 증권사들의 채권 인수 여력이 줄어들고, 채권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유동성이 안 돌면 채권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도 이를 받아줄 주관사로서의 기능을 증권사들이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PF 리스크는 한국경제를 뒤흔들 만한 리스크로 거론된다. 한국신용평가 노재웅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사업성이 열위한 브릿지론을 정리할 때 중후순위 손실이 클 것"이라면서 "수요 불확실성이 높은 본PF의 건전성 저하 위험도가 내재됐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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