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유소 편의점 체인 '쉐브론 엑스트라마일' 매장에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디지털 휴먼 서비스 '샘 더 소믈리에'가 와인 코너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휴먼(가상인간)'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 시작했다. AI 아바타가 사용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맞춤형 와인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현실에서 디지털 휴먼 서비스 상용화의 첫 발을 떼며 올해 들어 글로벌 생성형 AI 주도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현지 주유소 편의점 체인 '쉐브론 엑스트라마일'과 협력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디지털 휴먼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에서 상용화를 전제로 디지털 휴먼 서비스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AI 기술로 만들어진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 '네온'을 첫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쉐브론 엑스트라마일 측에 제공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선행 연구개발 조직인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산하 AI센터가 개발한 '샘 더 소믈리에'(Sam the Sommelier)다. 이름 그대로 디지털 휴먼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와인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샘 더 소믈리에는 AI 음성인식 등 생성형 AI에 기반해 고객들과 실시간 소통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오늘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언급하면 샘 더 소믈리에가 해당 음식과 페어링하기 쉬운 와인을 추천하며 맛과 시음 방법을 설명하는 식이다.
양사 협력은 쉐브론 엑스트라마일 측이 삼성전자의 디지털 휴먼 서비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며 성사됐다. 쉐브론 엑스트라마일은 미국 2위 석유업체인 쉐브론과 미국 식품 체인 매장인 잭슨스 푸드 스토어의 합작 회사다. 쉐브론 엑스트라마일이 오는 2027년까지 미 전역에 1400곳의 매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삼성전자 디지털 휴먼 서비스가 유통분야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샘 더 소믈리에에 대한 만족도 평가 후 서비스 확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지털 휴먼 서비스는 미국 내 확대 계획은 있으나, 한국 도입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생성형 AI 기술 도입의 원년으로 삼고, 관련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연내 주요 가전 기기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다. 생성형 AI 기술은 이미지와 주변 환경을 인식할 뿐 아니라 과거 나눈 대화를 기억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선 AI 집사로봇 ‘볼리’를 공개한 바 있다. 로봇 분야까지 생성형 AI 활용 범위를 넓히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개한 갤럭시S 24 시리즈에는 스마트폰 최초로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해 13개 언어를 실시간 통·번역하는 기능을 탑재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에는 오픈AI 창사자인 샘 올트만이 방한해 삼성전자와 생성형 AI 관련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정체된 가전 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사내·외에서 생성형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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