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얼굴 감추고
인간과 기기 연결 두뇌로
우리 혁신기술 미래 선도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올해 CES 현장에서 느꼈던 몇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알파고 등장 이후 가장 핫한 기술 트렌드였던 인공지능은 이제 그 자체가 직접 언급되기보다는 자동차에서 세탁기까지 인간이 사용하는 기기와 서비스의 일부분이 되는 일종의 요소기술로 전환됨을 느낄 수 있었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는 스마트싱스라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설명했는데, 단순히 하나의 앱을 가지고 다수의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데서 벗어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던 이용자가 냉장고 앞으로 가면 자동으로 냉장고에 달린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던 영화를 이어서 볼 수 있는 식의 부드러운 연결이 강조되었다. 또한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반려로봇이 이용자의 동태를 관찰하다가 이용자가 요가 자세를 취하면 자동으로 벽면에 요가강좌 비디오를 틀어주는 식의 수요감지형 서비스도 제안되었다. CES 직후에 새로운 갤럭시 스마트폰을 발표한 삼성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역 등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기내장형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인공지능은 얼굴을 감추고 점점 더 인간과 기기를 연결하는 혈관과 두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가전전시회인 CES에 나타나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기 간 장벽은 완전히 무너졌다. 중장비나 대형 트럭 업체들도 무인 중장비나 수소전기트럭을 가지고 자신 있게 관객을 맞이했으며, 사람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 인간이 조종할 때 생길 수 있는 인명피해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더 난해한 작업을 쉽게 해낼 수 있는 무인장비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수소전기트럭 등이 펼쳐갈 미래가 기대된다. 현대차 전시관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외관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다. 다수의 신차를 공개하지 않을까 하고 들어가 봤던 전시관 내부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차량은 단 한 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대신 탑승자의 이동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시티포드(CITY POD), 물류자동화로봇 등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로봇과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는 현대차의 방향성을 볼 수 있었다.
셋째, 디스플레이 해상도,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처리 능력과 같은 전통적 지표 경쟁은 퇴색하고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누가 더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제시해 내느냐 하는 일종의 문화 경연장으로 CES의 성격이 진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CES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드래곤과 같은 대중예술인부터 대학교수, 행정가 등 다양한 직종을 망라하고 있었다. 소비자가전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의미하는 CES가 이제는 융합경험전시회(Convergence Experiences Show)로 바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전시 기간 많은 화제를 뿌렸던 LG는 투명디스플레이가 일으킬 새로운 삶의 변화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었다. 무선화된 투명TV가 창문이 되고, 공간이 되고, 경험이 되는 변화는 전자제품의 진화라는 틀을 넘어서고 있었다. CES는 전시회 기간 엄청나게 상승하는 숙박비와 항공료를 생각하면 가성비를 고민하게 되지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가끔은 방문해도 좋을 것 같은 행사였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중국 기업에 비해 숫자는 적었지만 앞선 기술과 제품력으로 CES의 주인공이 된 수백개의 한국 기업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한국 기업만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본 것도 아닌데, 왠지 눈길을 끄는 기업 부스는 십중팔구 한국 기업이었다.
폭이 1m도 안 되어 보이는 미니부스부터 수백평 대형부스까지 곳곳을 지키며 우리 기업의 기술과 비전을 소개한 기업인들이 곧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무거운 짐을 갖고 와 자사 제품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스타트업 대표의 눈동자에는 우리나라와 인류의 미래가 있었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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