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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텔·마이크론으로 이직 묻는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기자수첩] 인텔·마이크론으로 이직 묻는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

[파이낸셜뉴스] "국내 반도체 대기업 10년차 재직 중입니다. 고학력 독립이민 프로그램(NIW·고용주 없이 스스로 이민 청원)을 통해 인텔이나 마이크론으로 이직하고 싶은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의 삶을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 자신을 D램 엔지니어로 소개한 이용자가 올린 글이다. 다른 이용자들은 댓글을 달아 인텔,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처우와 생활, 이직 팁 등을 상세히 공유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반도체 전문인력들은 국내보다 처우가 좋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링크드인', '인디드' 등 글로벌 구직 사이트에 잘 정리된 이력서를 올려 놓거나 해외 기업 홈페이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채용 공고를 기다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한국의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인재 사냥'도 여전히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 풀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조기석 DB하이텍 사장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등을 앞다퉈 찾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고급 인재 확보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공계 인력난 속에서 기술인재들을 뽑아 키워도 몇 년 후 해외로 떠나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국내 인재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처우 개선과 더불어 이공계 인력 육성, 연구지원 강화, 인재관리 플랫폼 구축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해외 기술인재 유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생태계가 약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계는 인력난이 더 심각하다. 원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대학·대학원의 설계인력 규모도 많지 않은데다 대다수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어 인력 수급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술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면 인력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해외 인재 유치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미국, 중국 등은 좋은 처우를 내세워 해외 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도 더 이상 해외 인재 유치전에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에 비자 발급 간소화, 소득세 감면 등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제 정부·국회가 기술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반도체 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