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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시대의 소명,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기고] 시대의 소명,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이동운 경북대 생태환경대학 학장
소나무재선충병은 고사한 나무나 매개충(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소나무재선충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하면서 건강한 소나무를 시들어 죽게 만드는 병리적 현상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선충과 매개충인 하늘소 그리고 이들의 먹이가 되는 소나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이 세 가지 요소들의 연결고리 중 한 가지만이라도 완벽하게 단절시키면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건강한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소나무재선충과 이들을 옮기는 매개충인 하늘소를 방제하는 것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적 생태계 위협요소로 인식해 지난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이라는 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늦게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에 노출된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차원의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경우 정부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산림 소유주들이 소나무재선충병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방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소나무재선충병 관리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담당하고 있어 소나무재선충병 관리역량을 국가의 인적·물적 방제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목 벌채와 훈증, 파쇄, 소각, 나무주사, 지상방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 산림의 소나무림을 건전한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집중적인 방제 활동을 통해 소나무재선충병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하고, 소나무림을 청정지역으로 환원하는 데 성공해 대표적인 우수 방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을 통제 가능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는 정보기술(IT) 기술을 접목한 최첨단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소나무재선충 피해 발생지 내 개별 고사목들에 대한 감염병 전이 여부, 맞춤형 방제 작업, 방제 작업 사후관리 등을 QR코드를 통해 전국 단위의 관리기술은 외국에서 도입하고 싶어 하는 선진화된 관리시스템이다. 이렇듯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방법이나 관리 시스템 모두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소멸되지 않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해 일부에서는 방제 무용론까지 거론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은 외래 유입 전염병을 관리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수반돼야 하며, 이 노력에는 국민 관심과 재정지원이 필수다. 지금 우리에게는 소나무재선충병이라는 외래 침입자에 대해 무관심과 회피가 아닌, 우리 산림을 지키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방제 작업을 담당하는 작업자나 방제기관 담당자, 지자체, 재정당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우리 산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지난 30여년간의 공든 탑이 더욱 견고해지고 우리나라 방제 역량이 더 높은 위상을 떨칠 수 있다.

이동운 경북대 생태환경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