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이끌 신산업에
뒤처진 법률 '구속' 안돼
혁신적인 규제 개편 필요
최효선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기기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3'를 출시했으며, 애플은 MR 헤드셋인 '비전프로'를 공개하고 2월 2일부터는 애플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 비전프로는 공간컴퓨팅(Spatial Computing) 개념으로 사용자에게 3D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앱)이 화면의 제약에서 벗어나 무한한 스크린 공간에서 다양한 앱을 열어놓고 새로운 방식으로 멀티태스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모습이나 분위기가 사용자의 물리적 세상 속에서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기기의 출시는 관련된 산업생태계를 폭발적으로 활성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특허는 최근 10년간(2012∼2021년) 연평균 24% 증가했으며, 기술 분야별로 보면 가상세계 구축을 위한 운영체제가 3221건으로 전체 출원량의 47%를 차지했으며 콘텐츠 2292건(33%), 디스플레이 961건(14%), NFT 397건(6%) 순으로 나타나 메타버스 시대를 열기 위한 기업들의 준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촉발된 비대면 문화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비대면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로블록스, 제페토를 통해 현실을 그대로 대체하는 가상현실에 머물렀던 반면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여 메타버스는 확장현실(XR)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발전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싸이월드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생활, 가상소통 서비스에서 나아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연결점으로 가상세계, 거울세계(Mirror Worlds), 증강현실, 라이프로깅(Lifelogging)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보고서에서는 메타버스가 기업들에 실질적인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며, 이러한 기회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면서 2030년 최대 9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의 적용 범위가 게임, 생활·소통 서비스를 넘어서 업무, 교육, 유통, 제조 등 전 산업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경제 전반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상융합경제가 급부상하고 있음에도 국내 제도 및 규제는 뒤처지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요소를 갖춘 대다수 메타버스 플랫폼을 게임법으로 규제한다고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하여 이에 대한 업계의 우려와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의하면 '게임물'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 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의미한다. 이런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 대부분의 메타버스 관련 기기 및 콘텐츠들이 게임산업법의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메타버스 서비스는 교육, 의료, 학습 등에 이용자의 참여와 흥미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대부분 도전과 보상이라는 게임요소가 가미된 다양한 융복합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메타버스산업진흥법'이 과방위에서 통과된 후 법사위에 상정되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본회의에서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해당 법률안은 메타버스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며, 메타버스 자율규제단체 지정 및 지정 업계의 규제개선 요구 등을 포함하고 있어 제정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요구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혁신성장을 이끌어낼 신산업 분야는 과거의 제도와 법률에 기대어 발전할 수 없다. 혁신의 시대에는 규제 또한 혁신적 방향으로 변혁을 추진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최효선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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