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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능선 넘은 ‘합병’… "공급 지배력 강화" "인력 손실 과제" [항공산업 재편 'K 메가캐리어' 뜬다 (下)]

전문가들이 보는 기대와 과제
높아진 점유율, 규모의 경제 효과
브랜드 가치 커져 글로벌 경쟁력
화물사업·인력 축소 대안 있어야

9부 능선 넘은 ‘합병’… "공급 지배력 강화" "인력 손실 과제" [항공산업 재편 'K 메가캐리어' 뜬다 (下)]
지난 1월 31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연합뉴스
9부 능선 넘은 ‘합병’… "공급 지배력 강화" "인력 손실 과제" [항공산업 재편 'K 메가캐리어' 뜬다 (下)]
일본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사실상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직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결정이 남았지만 항공업계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합병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 항공사의 기대효과를 높이 보면서도 화물사업 경쟁력 저하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제고 등 규모의 경제 효과"

1일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초반 극복해야 할 과제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최고경영자(CEO)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 지배력이 커진다는 점"이라며 "물론 초반에는 (유럽 등에서)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이 있겠지만, 저비용항공사(LCC)까지 합치게 되면 국내 항공업계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더 커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마이너스 요인은 합병 후 진행될 일부 노선 반납에 따른 것이다. 앞서 EU는 두 항공사의 합병이 일부 노선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노선 등 대한항공이 보유한 유럽 노선 4개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도 두 항공사와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결합할 경우 시장점유율 증가에 따라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일부 한국~일본 노선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워졌던 이유 중 하나는 급격한 장거리 노선 확장 때문"이라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재로 급격하게 확장을 하다가 수익성이 나빠진 경우도 있었는데, 대한항공에서는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또 다른 항공업계 CEO는 "(두 항공사 합병으로) 브랜드 가치가 굉장히 커질 것"이라며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하려면 규모가 커질 필요가 있는데, 합병을 하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파생되는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부 교수(학과장)는 "합병으로 메가 캐리어가 생성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항공정비사업(MRO) 등 부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며 "특히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국내 또 다른 LCC 정비사업을 수주할 수 있고, 외항사 정비사업 부분도 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합병 문제가 모두 정리되면) 대외적으로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며 "시간을 두고 추가 노선 확장 등을 진행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물 인력 손실은 아쉬움

합병 후 과제도 산적하다.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산업구조를 보면 항공화물 수송 비중이 높게 형성될 텐데,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은 합병 항공사 입장에서 아쉬울 것"이라며 "특히 화물사업은 숙련된 인력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모두 떠나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일부를 흡수하고 넘긴다든지, 추후 화물사업부를 다시 사오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에 가결했다.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합병 후 (겹치는 노선에 대한) 공급석이 일부 줄어들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발표한 입장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