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자율주행 기업 모셔널 자금 필요한데
美합작사 앱티브 CEO, "유증 불참, 지분 일부 매각"
"모셔널, 주요 후원자를 잃을 판"
자율주행 사업 피로감, 車회사들 잇따라 중단
모셔널 브랜드를 래핑한 제네시스 G90.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현지 자율주행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을 설립한 앱티브가 모셔널의 유상증자 불참 선언과 함께 일부 지분 매각 입장까지 밝혔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새 투자자를 모색하거나 직접 자금을 수혈해줘야 할 판이 됐다.
1일 앱티브 및 외신에 따르면 케빈 클라크 앱티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셔널이 기술 및 상용화 측면에서 발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앱티브는) 투자 범위를 핵심사업 분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앱티브는 차량 전자 시스템, 첨단 안전 기술, 자율주행 등을 영위하는 미 증시 상장기업이다.
현대차 자율주행 파트너社 "추가투자 No"....지분도 팔겠다
앱티브는 이날 공개한 올해 사업계획 자료를 통해 모셔널의 유상증자 불참과 함께 모셔널에 대한 지분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기약없이 개발비용만 투입되고 있는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사업에서 한 발 빼겠다는 것이다. 클라크 CEO는 "기술 개발 측면에선 모셔널이 꾸준히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하드웨어와 결합해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모빌리티 시장에서 채택되기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5 전기차 기반 모셔널 로보택시. 모셔널 제공
앱티브는 지난해 한 해에만 모셔널로 인한 지분 평가손이 3억40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북미 IT 전문지인 테크크런치는 "모셔널이 2024년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터에 주요 후원자를 잃게 될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앱티브의 투자 축소 결정은 추가 자금이 필요한 모셔널에 악재가 되고 있다. 모셔널 유상증자는 다음달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모셔널을 지원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앱티브가 가진 지분을 매입하고, 추가 지원을 위해 다른 투자자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셔널 설립에 참여했던 현대차그룹 3사(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증자 참여 여부를 각각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지난 2020년 각각 20억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조6600억원)를 투자해 모셔널을 설립했다. 지분은 50대 50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지분 50%는 현대차(26%), 기아(14%), 현대모비스(10%) 공동참여로 구성돼 있다. 모셔널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조단위 자금을 투자, 해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 및 로보택시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모셔널의 영업손실은 약 6008억원이다.
기약없는 사업에 완성차 업계 피로감
AP통신의 마이클 리트케 기자가 지난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 크루즈의 자율주행 택시 뒷좌석에 앉아있다. AP뉴시스
자동차 기업들은 최근 자율주행 사업 중단, 축소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의한 인명 피해 사고도 잇따르면서 사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30일 올해 로보택시 자회사인 크루즈에 대한 지출을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가량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GM 크루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돼 왔으나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적용한 로보 택시가 인명 사고를 일으키면서, 현재는 사업 중단과 함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직원 수도 20% 이상 감축한 상태다.
이에 앞서 포드와 폭스바겐이 2017년 총 36억 달러(4조8000억원)을 투자하며 공동설립한 스타트업 아르고AI는 2022년 말 폐업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운전자 보조장치 정도로 자율주행 사업에 대한 목표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사업진척을 보이는 곳은 테슬라, 구글 웨이모 정도다. 이들 기업 역시, 각종 돌발변수와 맞딱뜨리며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딛고 있는 형국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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