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숙 한국피부과학연구원 대표
인체적용 시험범위 넓어지면서
10곳도 안되던 업체 50곳 난립
제살깎기 경쟁보다 차별화 주력
국제기준 부합한 실험 역량 갖춰
펫·건기식 분야로 신사업 도전
"최근 화장품 인증기관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저가수주 경쟁과 무분별한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K뷰티 붐에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
안인숙 한국피부과학연구원 대표(사진)는 4일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은 'K뷰티'의 신뢰성 제고와 수출 증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화장품 효능이나 테스트를 중시, 규제의 벽을 높이며 우리나라 중소기업 화장품 제품들의 수출길도 험난해지고 있어서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허가 없이 장비만 갖추면 될 정도로 인증시장 진입이 낮아 이로인해 발생하는 폐해는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속성을 위해선 대비가 필요하다"며 "인증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국산 화장품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의 사업은 피부 인체적용 시험이다. 인체적용시험 산업은 화장품과 미용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인체에 적용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 및 시험관 내 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 효능을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으려면 제품의 효능을 입증 받아야 하는 절차부터 시작한다. 지난 2012년 화장품법 전면개정으로 '화장품 표시·광고 범위 및 실증'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됐고 화장품 인체적용 시험의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는 기능성 화장품 범위가 기존 미백·주름개선·자외선차단 등 3종에서 염모·탈색·염색·제모·탈모완화·여드름·튼살 등 6종이 추가돼 9종으로 세분화되면서 인체적용시험 시장도 확대중이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업체들도 한 자릿수에서 50곳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안 대표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화장품 업체에 마이너스 수준의 견적을 제시할 정도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시험을 진행되지 않으면서 중국이나 미국에서 퇴출되는 한국산 제품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력과 차별성을 위해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이 선택한 것이 '우수실험실기준(GLP) 인증'이다. GLP는 시험의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연구인력, 실험시설, 장비, 시험방법 등 시험의 전과정에 관련되는 모든 사항을 관리하는 총체적 시스템이다. 이번달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국내 인체적용 시험기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받게 된다.
안 대표는 "GLP는 국제적인 가이드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통용돼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한국이 기능성 화장품에 전 세계적 최초였던 만큼 임상기관 역시 한국이 잘 구축돼 있음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GLP 인증을 통해 레드오션의 국내 시장에서 펫 사업으로의 신사업을 꾀하고 있다.
안 대표는 "펫의 피부는 인체보다 5배나 얇아 자극에 약할 수 있다"며 "반려견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신사업으로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기식과 의료기기 분야로도 확장을 꾀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0억원 규모로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의 우수 인력과 장비, 업력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난립속에서도 5월까지 계약이 다 차 있다"며 "올해 매출은 150억원 규모로, 업계 1위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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