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경의선 숲길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철길 옆은 낡은 건물이 즐비한 어둡고 외진 골목이 많았다. 그리고 차량이 아무렇게나 주차된 좁은 길이 주된 풍경이었다. 그런 경의선 숲길이 완전히 바뀌었다. 헤드폰을 끼고 운동하는 사람, 데이트하는 연인, 와이셔츠 입고 종종걸음을 하는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숲길을 따라 들어선 카페와 맛집은 만남의 공간이기도, 힐링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연남동 구간은 일명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이런 철도 지하화는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세 가지가 중요성을 갖고 있다. 먼저, 철로 주변의 거주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기찻길 옆은 시끄럽고, 정돈이 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는 곳이 많다. 기차가 지나갈 때 느껴지는 진동도 상당하고, 먼지도 많이 날린다. 이로 인해 철로 주변은 도시 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 됐다. 철도 지하화는 열악한 주거지를 재정비해서 주민들의 삶을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로, 철로로 갈라진 두 지역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철로는 길게 뻗은 선형 특성상 도시를 갈라놓는다. 지도를 펴고 기찻길이 가른 두 지역을 보시라. 양측의 격차가 큰 지역이 상당수 눈에 띌 것이다. 철로로 인해 지역 간, 그리고 지역 내 균형 발전이 크게 저해됐는데, 철도 지하화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단절됐던 두 지역의 교류를 촉진해서 정서적 통합도 이루는 효과도 있다.
셋째로, 도심 요지에 활용성이 높은 공간을 더욱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지하화를 통해 확보된 철도부지와 주변지역을 상업, 주거, 녹지 등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콤팩트한 도심공간으로 개발할 수 있다. 특히 철도 지하화로 발생하는 유휴 공간은 도시 내 핵심지역일 가능성이 높기에 이곳을 일하고 놀고 정주하는, '직주락 혁신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추진되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막대한 재원조달 문제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국회에서 철도지하화 특별법이 통과됐다.
특별법을 통해 기존의 재정사업이나 임대형민자사업(BTL) 등 민자철도사업 방식을 넘어 출자를 통한 채권발행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추가됐다. 이 모델은 상부 개발이익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작동될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창의적이고 과감한 도시계획을 고민할 시점이다. 또한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와 같은 해외 성공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지역 맞춤형 철도 지하화를 통해 국가경쟁력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