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항공 '10만원'에 호치민, 근교도시 투어: 4화
[파이낸셜뉴스]
무이네 화이트 샌듄에서 ATV, 관광객들이 일출을 보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무이네 어촌 마을에서 현지 주민들이 그날 수확한 해산물을 정리하고 있다.
무이네 요정의 샘에 있는 흙색 지형. 동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명이 있다.
#.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쌓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지금은 절판 된 일본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의 '워터'에 나오는 문장이다. 문맥 속의 '경치'를 '시절'로 바꿔도 의미가 통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청춘기를 지날 때 우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찬란한지 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춘기에 누군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시간과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화이트 샌드 듄즈에서 일출보기
무이네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은 무이네 주요 관광지들을 돌 수 있는 '지프 반나절' 투어를 신청했다. 여행 액티비티 앱 '클룩'을 통해 1인당 2만5000원 정도면 화이트 샌드 듄즈, 어촌 마을, 요정의 샘 등 주요 관광지 5곳을 한 번에 둘러 볼 수 있다. 특히 빨강, 노랑, 초록 등 원색으로 페인트 칠을 한 지프 트럭의 지붕 위는 물론, 차를 타고 곳곳의 명소에서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행 전 알아 본 한 유튜버의 후기에서는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서 1만장 넘는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전날 약속한 대로 새벽 5시30분, 호텔 로비에 나가자 이미 기사님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새벽 어스름에 약간 찬 기운이 있어 윈드 자켓을 걸치고 평화로운 무이네의 도로를 달렸다. 도로에는 우리 일행 외에도 색색의 지프 차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달렸다.
첫 목적지는 일출 명소인 화이트 샌드 듄즈(하얀 사구)였다. 무이네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사막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화이트 샌드 듄즈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ATV(전지형차) 티켓을 끊게 된다. 반나절 투어는 2만5000원이지만 몇 십분 ATV를 타는 것은 1인당 3만원 정도로 비싸다. ATV 티켓을 끊지 않으면 화이트 샌드 듄즈를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거리가 꽤 길다. ATV를 타고 까마득히 높고 낮은 사구를 따라 속도를 내는 것도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이다. 화이트 샌드 듄즈는 총 2곳 정도의 명소가 있는데 언덕에서 보는 일출 명소, 화이트 샌드 듄즈와 호수를 함께 볼 수 있는 곳 등이다.
첫 언덕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으니 한 꼬마 아이가 다가온다. 그 꼬마 아이는 집 안의 바닥에 까는 장판 같은 것을 빌려 주며 돈을 요구한다. 모래 사막에서 장판을 타고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놀이다. 한번 빌리는데 몇 천원 정도를 요구 하는데 경험 삼아 즐기기도 좋고, 어린 친구의 수입에 도움이 될까 두 세번 모래 미끄럼틀을 탔다.
화이트 샌듄의 일출 직전 모습.
무이네 투어를 함께 했던 노란색 지프와 운전자.
레드 샌드 듄즈, 피싱 빌리지로
화이트 샌드 듄즈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우리가 빌린 차는 밝은 노란색 지프였다. 운전자는 얼마 전 결혼했다는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해안 도로를 따라 한동안 달리다 푸른 잔디 위에 있는 풍력 발전기 앞에 멈췄다. 거대한 풍력 발전기를 배경으로 노란 트럭의 보닛 위에 올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드라이버는 운전도 잘 했지만 수천번 대리 사진 기사도 하면서 사진에도 능숙했다. 자세와 각도 포즈 등을 일일이 코치해 줬다.
화이트 샌드 듄즈를 둘러 보고 다음에 간 레드 샌드 듄즈는 사실 별로 볼게 없었다. 보통 일출은 화이트 샌드 듄즈, 일몰은 레드 샌드 듄즈에서 본다고 한다. 필자처럼 일출을 보는 새벽 투어, 일몰을 보는 반나절 투어 2종류에 따라 순서가 바뀌는 모양이다.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며 둘 중 한 곳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 싶다.
레드 샌드 듄즈를 떠나 다음으로 간 곳은 현지 어민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피싱 빌리지(어촌 마을)이었다. 해안 도로에 주차를 하는데 벌써부터 해산물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해안 도로에서 바다를 보니 거대한 박을 뒤집어서 물 위에 띄어 놓은 듯한 반구 형의 소형 배가 수십개, 수백개 보였다. 해안가에서는 그날 잡은 조개, 오징어, 생선 등을 정리하는 현지 어민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구매도 가능한지 몇몇 사람들은 흥정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부담스러운 접근은 아니었다.
무이네 어촌 마을의 모습.
무이네 요정의 샘 입구에서 한 커플이 걷고 있다.
무이네 요정의 샘.
요정의 샘 보고 호텔 조식, 붕따우로 이동
반나절 투어의 마지막은 '요정의 샘'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발목 정도 높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 물을 따라 산책하는 코스인데, 신기하게 바닥이 모래나 자갈이 아닌 해변가의 모래처럼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인 곳이었다.
보통 요정의 샘 코스에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30분 정도 도보로 한적하게 산보를 하게 된다. 산보를 하다 보면 깎아지른 듯한 흑색 절벽 지형을 볼 수 있는데 '동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규모만 놓고 보면 민망한 별명이지만 사막 지형을 보고 평화로운 계곡을 맨발로 걷는 기분도 좋다. 요정의 샘을 지나면서 소원을 빌면 요정이 소원을 이뤄준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요정의 샘을 보고 리조트로 도착했다. 사이공 무이네 리조트의 조식은 숙박비(6만원 정도)를 생각하면 훌륭한 수준이었다.
조식을 먹고 서둘러서 짐을 챙겨 나왔다. 다음 일정지인 '붕따우'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계획은 무이네에서 바로 붕따우로 이동할 작정이었지만 바로 가는 버스 편이 없어 부득이 무이네→호치민→붕따우로 이동해야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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