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구민 한국모빌리티학회 수석 부회장
전기차 전환에 SDV, AI, 자율주행 고도화 과제
완성차 업계, '격변의 한 해' 맞이
폭스바겐 2분기, 챗GPT 탑재 車 출시
벤츠, 연말 SDV 완성형에 LLM 탑재
현대차, 포티투닷과 기술 내재화 추진
지난달 미국 CES 2024에서 전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CLA 클래스 콘셉트카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 모델로 1회 충전시 주행거리 750㎞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됐다. 올해 출시된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말하는 차' 시대가 열린다. 올해 자동차 업계가 CES 2024에서 제시한 핵심 사업 구상 중 하나다. 독일 완성차 3사는 이미 목표 시점을 선언했다. 이미 인포테인먼트 기술 고도화를 위한 빅테크와의 짝짓기도 마쳤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한 음성인식 고도화가 자동차사들에게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얼마나 경쟁력있는 LLM을 갖고 있느냐", 나아가 "LLM을 활용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자동차 기업들의 향후 핵심 관심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한국모빌리티학회 수석 부회장)는 11일 "올해부터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차)에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한 차가 본격 출시된다"면서 "향후 LLM을 통해 차와 대화하는 시대, 차가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차 분야 전문가로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정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화형 서비스가 가능한 LLM 탑재 SDV를 올해 말 내놓겠다는 계획이며, 폭스바겐은 2026년 SDV출시에 앞서서 당장 올해 2·4분기부터 챗GPT를 탑재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정 교수는 "SDV에는 단계가 있지만, 폭스바겐의 경우, 인포테인먼트에 먼저 LLM 탑재를 시도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폭스바겐이 공개한 챗GPT 기능 탑재 차량 내부. 폭스바겐 영상 캡처.
폭스바겐은 올해 CES2024에서 음성 인식 기술 파트너사 세린스(Cerence)와 함께 챗GPT가 적용된 음성 비서 '아이다(IDA) 음성 어시스턴트' 탑재 차량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2·4분기부터 ID.4, ID.5, ID.3, ID.7을 비롯한 전기차, 티구안, 파사트, 골프모델 등에 챗GPT를 탑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일명 '말 하는 차' 시대가 본격 열리는 것이다. 현대차도 2025년에는 SDV로 전환하겠다며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글로벌 완성차들의 AI 및 LLM 탑재 현황은.
▲정 교수= LLM을 통한 음성인식비서의 고도화가 자동차사들에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BMW는 아마존과 손잡고 운전자의 비서 역할을 할 생성AI '알렉사'를 탑재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당장 2·4분기부터 챗GPT를 탑재하겠다고 예고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구글과 손을 잡았고, 현대차는 그룹의 자체적인 글로벌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통해, '말하는 차'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의 경우, 자체적인 LLM 모델 개발로, 구글 종속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특이점이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송창현 당시 현대차·기아 SDV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사회자와 SDV와 관련해 대담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앱스토어를 통해 부가수익을 창출했듯이,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구글에 시장만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더 이상 차만 만들어서 팔지 않겠다는 것이 자동차 회사들의 생각이다. 자동차 안에서 소비를 일으키는 것,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 이 핵심이 바로 인포테인먼트 및 LLM 기술이다. 현재로선 이와 관련한 '절묘한 타협점'이 보인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상에서는 현재 자동차 회사에 자체적으로 앱스토어를 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구글이 모빌리티 시장으로 확산을 위해 일견 양보했다고 할 수 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부분에 있어서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채택한 곳이 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구글의 LLM도 확산될 것이다. 물론 향후에 구글이 이런 '타협점'을 계속 유지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는 대신 구글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채택하는 이유는
▲MWC23에서 폭스바겐의 차량용 전기전자 SW플랫폼 업체인 카리아드는 기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버리고,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전면 도입과 차량 적용 확대를 발표했다. SDV 대전환이란 과제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인포테인먼트는 구글 OS를 쓰는 것으로 정했다고 본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있는 아마존 부스 BMW 차량에서 AI 비서를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자율주행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차 이슈는.
▲그게 두 가지 의의가 있다. 고성능 자율주행 프로세서와 고성능 라이다가 차량에 상용화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오로라, 코디악, 가틱 등 주요 자율주행 트럭 업체들이 2024년 내로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를 예고한 것이다. 1000조원을 넘는 미국 트럭 물류 시장에서 자율주행 트럭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자율주행은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주요 회사들의 발표에 따르면 2025~2027년 정도에는 각 사의 자율주행 플랫폼이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최근 '다시 수소'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형 화물차,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차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수소 허브 구축(70억 달러, 약 9조 4000억원) 을 발표하면서수소 논의가 탄력을 입고 있다. 대형 상용차는 수소, 승용차는 전기차로 가는 현대차의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CES에서 주목됐던 차 메이커는
▲벤츠는 지난해 IAA(뮌헨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콘셉트 CLA 클래스를 전시했다. 이 차량은 테슬라를 넘는 '전기차-자율주행-SDV'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회 충전거리 750㎞, 고성능 자율주행 프로세서, 고성능 라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MB.OS가 탑재된다. 벤츠는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사의 플랫폼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차량이 될 것이다.
<프로필>
△국민대 교수 △휴맥스·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및 현대케피코 자문교수 △한국모빌리티학회 수석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국토부 모빌리티포럼 자율주행분과위원회 위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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