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경기도 부천에 문을 연 1000원 빵집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서울 양재역 내부에 생긴 1000원 빵집의 모습.
#1. 직장인 A씨는 최근 퇴근길 서울 양재역 내부에서 다양한 빵을 개당 1000원에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A씨는 "최근 양재역 말고도 1000원에 일명 '봉지빵'을 싸게 파는 곳이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2. 부천에 사는 직장인 B씨는 과거 '수입과자 할인점'이었던 자리에 1000원에 봉지 빵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한 봉지 가득 봉지 빵을 샀다. 최근 제과점 빵은 2~3개 사면 만원인데 이곳에서는 만원에 양손 가득 빵을 살 수 있었다.
최근 지하철 내 소규모 점포, 길거리 매장에서 '양산빵'을 1000원 등 저렴하게 파는 매장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빵 유통량의 약 70%가 프랜차이즈 등 베이커리 위주인데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산빵을 '박리다매'로 파는 가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2일 제빵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빵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2019년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 유닛 자료에 따르면 1kg 덩어리빵의 경우 한국은 15.59달러로 뉴욕(8.33달러)보다 약 2배, 오사카(5.2달러)보다 약 3배 가량 비쌌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유행한 소금빵의 경우 원조인 일본 현지는 110엔(1000원) 정도인데 한국에서는 개당 3000원~4000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3~4년전 1000원 후반이던 크림슈(슈크림이 들어있는 디저트 빵) 가격이 최근에는 5000원 가까이 올라 3~4배 올랐다는 등 불만성 게시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글로벌통계사이트 넘비오가 지난해 조사한 흰빵 500g의 가격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3733원으로 전세계 7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빵값이 비싼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의 경우 우리보다 빵 가격은 30% 정도 높았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의 최저 시급은 우리보다 2~4배 높아 체감상 빵값의 경우 한국이 압도적으로 비싼 상황이다.
빵 가격 인상의 이유로는 원재료 값, 임대료, 인건비 인상 등이 꼽힌다. 하지만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유독 우리나라의 빵 가격은 비싼 편이다. 통계청이 2013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0년 동안 분석한 결과 빵의 재료인 밀가루(38%), 설탕(25%), 우유(37%) 등은 30%대 올랐다. 결과물인 과자 역시 이 기간 37%올랐으나 유독 빵은 68%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한국의 빵 값이 비싼 이유에 대해 대형 업체 위주의 과점형 시장과 유통구조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는 전체 빵 중 약 70%가 베이커리전문점에서 팔리고 나머지 30%가 양산빵(봉지빵)인 상황이다.
베이커리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양산빵도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일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급속하게 늘어난 1000원 빵집의 브랜드도 대부분 1~2곳의 제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산빵의 경우 기존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유통되는데 최근 박리다매를 하는 대리점 등에서 1000원에 파는 가게를 열어 공급하는 상황"이라며 "정상 제품으로 특별히 할인해서 공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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