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일, 주주친화정책 효과 증명
중, 국유기업 시가총액 관리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증시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증시 급락을 이겨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증시부양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설 이후 공개될 '韓 밸류업' 집중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5배, 중국은 1.13배, 일본은 1.42배다. 선진국(3.10배)은 물론 신흥국(1.61배) 평균에도 못 미친다.
최근 1년간 증시 변동률을 보면 한국과 중국의 증시 소외가 두드러졌다. 1년간 21.5% 오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PBR은 4.6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8% 상승(2452.70→2620.32)하는 데 그쳤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7% 급락(3284.16→2865.90)했다.
정부의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대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상장사가 주요 투자지표인 PBR,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 공시하고,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밝히는 것이 골자다. 공시 우수법인은 가점을 받는다.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밖에 배당절차를 개선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내외 기업설명회(IR) 강화도 추진한다. 절세형 투자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2배 이상 높이는 한편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 투자 대상 범위를 넓혔다.
■한발 앞선 日, 기업가치 제고 노력
'한국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큰 이유는 일본에서 그 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증시부양책은 일본의 주주친화정책 상당수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한국의 코스피·코스닥시장에 해당하는 프라임·스탠더드시장에 상장한 업체 가운데 PBR이 1배 이하인 곳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 이행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또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재한 상장사 명단을 매월 공표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첫 발표에 따르면 프라임 상장사 660곳(39.9%)이 PBR 개선책을 제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자기자본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고, PBR이 1배를 초과하는 기업들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150 지수'를 신설했다. 기관들이 이를 벤치마크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해당 지수를 바탕으로 한 'iFreeETF JPX프라임150' ETF가 지난달 24일 일본증시에 상장했다.
효과는 분명했다. 2022년 말 기준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51%를 차지했던 PBR 1배 미만 기업이 지난달 말에는 41%로 감소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 박우열 연구원은 "한국의 코스닥시장과 유사한 그로쓰시장 소속의 중소기업들은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에도 매출이나 이익이 제자리인 데다 주주환원도 못하고 있다"며 "부양책으로 수혜받은 것은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시장뿐"이라고 지적했다.
■中, 돈 풀고 공매도 금지한다
중국은 증시 급락에 지난달부터 강력한 증시부양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달 국유기업의 '시가총액 관리'를 핵심성과지표(KPI)로 전면 활용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 증시 시총 상위 1~9위는 차이나모바일, 마오타이 등 국유기업이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CIC) 산하 중앙후이진공사는 주가부양을 위해 중국 증시 내 ETF에 대한 보유지분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주식대여 업무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조치를 발표했다. 금융기관 보유주식의 신규 대여를 잠정 중단하고, 당일 매매 투자자의 주식대여를 금지키로 했다.
부당매매로 얻는 차익을 단속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의 증시부양책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KB증권 박수현 연구원은 "중국 주식이 불안해 보이는 근본적 이유는 부동산과 소비경기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KPI 변경에도 기업이익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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