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승인
3년만에 13개국 심사 통과·종료
美 법무부 반독점 소송 '변수'
노선 반납 등 출혈 불가피할 듯
통합 LCC 거점 마련도 큰 고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최종 합병까지는 미국의 결정만 남았다. 항공업계는 연내 미국 법무부(DOJ) 승인 여부 외에도 화물 매각 및 인력 손실 대비,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사업구조 재편, 반납 노선 확충 등 헤쳐나갈 과제가 산적했다는 입장이다.
■美 결정 남아…노선 출혈 불가피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양 항공사 기업결합 승인까지 남은 것은 미국 DOJ의 판단뿐이다. 항공업계는 이 과정에서 노선 반납 등 출혈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앞서 DOJ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이들이 운항하는 한미 노선 화물·여객사업에 대한 독점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여객노선의 경우 양 항공사가 운항하는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등 5개 노선이 포함됐다. 항공업계는 해상 노선 가운데 상당수가 시정 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사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으로 독점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일부 외신에서 미국 DOJ가 양 항공사 기업결합 관련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상황을 중대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8월 미국 DOJ는 아메리칸항공 모회사 AMR과 US에어웨이스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다만 소송 제기가 곧 기업결합 무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DOJ는 소송 후 양 항공사가 워싱턴DC 근교 레이건 공항 내 104개 슬롯, 뉴욕 라과디아 공항 내 34개 슬롯을 매각 및 양도하기로 하자 합병을 승인했다.
■화물사업 매각 등 과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합병 승인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인데다 원매자들이 관련 부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심을 표하는 LCC들이 충분한 인수 체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재 추산되는 화물사업부 인수금액은 1조~1조5000억원 수준이다.
통합 LCC 탄생 과정에서 거점 지역을 어디로 정할지도 미지수다. 진에어는 인천을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최근 부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부산 거점화 요구와 에어부산 중심의 통합, 에어부산 별도 분리를 주장하는 여론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반납 노선 보완, 숙련 화물인력 손실, 노조 반발 등 여러 과제가 남았다. 박상범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산업구조를 보면 항공화물 수송 비중이 높게 형성될 텐데,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은 합병 항공사 입장에서 아쉬울 것"이라며 "특히 화물사업은 숙련된 인력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항공은 남은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집중해 빠른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을 위해 지난 2021년 1월 14일 이후 EU, 미국, 터키,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싱가포르, 호주, 중국, 영국, 일본 등 14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EU 경쟁당국을 포함해 13개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 및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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