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中企 대출이자 지원받아봤자 빚 돌려막기"

고금리에 짓눌린 중기·소상공인
중기 대출금리 11년 만에 최고
"코로나 시기 2%대 받았던 대출
야금야금 오르더니 어느새 7%"
원자재·인건비 등 안오른게 없어
"매출마저 점점 줄어 폐업 생각"

#. 1년 전만 해도 부담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금리가 두배 이상 오르니 다달이 힘들게 벌어서 쓸거 못 쓰고 은행이자 내기 위해서 사나 진짜 너무 짜증나고 힘들다. 오늘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 결국 남 좋은 일이나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경기도 소상공인 A 사장)

#. 금리가 2~3년 사이에 두배 넘게 올랐다. 제조기업 매출이 같은 기간 두배 이상 오를 수가 없다. 인건비도 전기료도 오르고 있어 팔아도 남는 것이 없는데 무엇을 하고 있나 싶다. 주위에서 폐업을 권유하기도 한다.(경기도 안산 제조업자 B 대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늘어나가는 이자 부담에 막다른 길에 내몰리고 있다. 이자부담은 2~3년 사이 두배 넘게 올랐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제자리이어서 팔아도 남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자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에겐 '빚 돌려막기'라는 의견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연 5.34%를 기록했다. 2012년 5.66%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20년에는 연 2.97%까지 하락했지만 2021년 연 2.98%, 2022년 연 4.44% 등으로 가파르게 올랐고 지난해 연 5%마저 넘어섰다.

지난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이 61.1%에 달했다. 그나마 1금융권은 다행이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중소금융권 이용이 많아 이자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공단에 상당수는 7% 이상의 금리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30년 넘게 제조업을 운영한 B대표는 "주위에서 5~6% 금리로 대출 받은 곳은 보기 힘들다"며 "신용이 낮아 시중은행은 어렵고 중소금융권에서 10%대 금리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저신용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이자부담이 더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연말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 실태조사'에서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시 애로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58.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은행 대출과 관련한 요구사항은 '대출금리 인하(75.0%)'가 가장 많았다.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이자를 환급해주기로 했지만 1인당 최대 100만원 수준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K씨는 "내수부진으로 매출도 빠지고 있어 더욱 힘든 시기"라며 "사장 월급은 커녕 늘어나가는 이자부담과 상승한 전기료, 임대료 등으로 아등바등 살고 있다"고 전했다.

K씨는 1년전 매출 이자는 50만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00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서 제조공장을 운영중인 L씨는 "코로나 시즌 때부터 대출을 해주길래 아무 생각없이 받았다"며 "그때는 금리가 2% 였는데 지금은 7%를 넘고 있어 정부에서 보증해주는 빚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를 포함해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만 크게 올랐다"며 "사업 계속 유지 필요성 느끼지 못해 폐업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기 전문가는 "매출 증대와 함께 이자부담도 늘어나면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지금은 내수부진으로 매출이 줄고 이자부담만 급증하고 있는 상태"라며 "정부의 이자 지원보다 다양한 금리부담 완화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