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처음으로 세대 갈등과 대결이 선거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독재 대 민주, 영호남 대결 같은 주제는 오랫동안 익숙했지만 세대 간 대결은 다소 생소하다. 새로운 대결구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86운동권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는 흐름과 제3지대 개혁신당에서 MZ세대의 결집을 요구하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대의 특징이 확연하다. 6070은 국민의힘을, 4050은 민주당을, 2030은 제3지대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20여년 전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노무현 바람이 불었을 당시에는 2030이 민주당을 지지했고, 50대 이상이 그 반대편에 섰으며, 40대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권이었다. 그 당시의 2030이 지금은 4050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치학에서는 '세대론'이라고 하는데, 청년 시절의 정치·사회·문화적 경험이 그 세대의 투표성향을 특징 짓는다는 것이다.
젊고 어린 시절 세계 최빈국의 환경과 한국전쟁을 경험했던 60대 이상은 늘 북한의 위협이 걱정이다. 민주주의와 복지제도가 우리나라를 가난하게 할까 봐 근심이다. 가난과 전쟁이 마음속에 깊게 새겨져 있다. 4050은 다른 세상을 살았다. 6월 항쟁, 3저 호황 시대에 살았던 이들은 중진국 시민으로서 독재와 싸워 승리한 세대적 경험을 안고 있다. 1980년대의 386과 1990년대의 전교조 세대가 자라서 지금의 4050이 되었다. 반독재 민주주의가 가슴에 새겨져 있어서 정치검찰 이슈 같은 것에 민감하다.
젊은 시절을 후진국 시대에 살았던 6070, 중진국 시절에 살았던 4050에 이어서 선진국 문턱에 들었던 2030이 등장했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중요한 이슈이다. 일본과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영원히 자신의 세계관이 세상을 관통할 줄 알았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MZ세대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의로운 세대라는 자부심이 강한데, 국민의힘과 함께 꼰대로 취급받는 게 곤혹스럽다. 아니 젊은 세대에서 국민의힘을 공공연히 지지하거나 제3지대로 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딸과 아들이 기성세대를 거부하는 현상은 한 세대 이전에도 나타났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면서 산업화를 이룬 지금의 6070은 민주화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자식 세대를 이해할 수 없었다. 386세대는 민주주의를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자식 세대가 탐탁지 않다. '자기 성공의 배신'이다. 그 당시에는 지상 목표였던 것을 이루고 나면 다음 세대는 새로운 것을 중시하게 되어 있다. 세상의 이치다.
그렇다고 정치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쟁투가 동반되어야 한다. 5·16(1961)과 양김(1971)의 출현은 당시 각각 진보·보수 정치권에서 기득권 세대와 치열한 싸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또 양당정치라는 구심력과 다당제 혹은 제3지대라는 원심력 사이에서 폭발음이 있어야 한다. 1992년 대선 정주영 돌풍, 2016년 총선 호남 안철수 바람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24년 세대론은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MZ세대를 대표하려는 제3지대의 대표 정치인들이 MZ이거나 MZ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한계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특정 세대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2030이 일어서는 것은 중요하다. 인구위기, 환경위기, 연금위기, 재정위기 등 모든 이슈가 미래세대인 그들의 희생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늘 자기 세대의 책임이다. 누구를 이번 선거에서 지지하건 역사의 주체가 되어 국민의힘, 민주당, 개혁신당, 녹색정의당을 바꾸는 일을 하기 바란다. MZ세대여, 방관하지 마라! 당신들의 미래가 너무 급박하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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