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알리, 테무 등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국 플랫폼에 맞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살길'을 함께 고민하고 나섰다. 중국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선 비켜나고, 관세 등 세금 측면에선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마켓, 네이버, 11번가, 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들과 해외플랫폼 진출에 따른 국내 온라인 유통산업의 영향력을 점검하는 간담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정 교수는 중국 플랫폼의 중국발 저가 상품 공세로 자칫 국내 제조 기반이 붕괴될 수 있고, 환불과 민원 등 중국 플랫폼 관련 민원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똑같은 중국 물건을 판매하더라도 한국 판매자가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에는 관세와 부가세, KC 인증 취득 비용 등이 붙는 반면 중국 플랫폼은 그렇지 않아 '역차별'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이런 내용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플랫폼은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8월 428만에서 올해 1월 560만까지 늘었다. 테무 역시 올해 1월 기준 459만명으로 지난해 9월 135만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확대된 영향력만큼 배송 지연과 오배송, 환불 거부 등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증가했는데, 올해 1월 들어서만 150여건이 접수됐다. 배송 중 물건이 분실되거나, 배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주문취소를 해도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짝퉁 논란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분초 단위로 가격을 달리할 만큼 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에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달가울 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정부가 국내 업계 의견을 듣고 단순히 수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시장을 보호할 방법을 내놓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를 통해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한 정부는 주기적으로 업계를 만나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clean@fnnews.com 이정화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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