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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금액 300억 이상 메가스팩, 합병하려니 '고평가 논란'

2022년 등장 후 합병사례 없어
중견기업 스팩상장 유인 부족
대부분 공모가보다 주가 낮아

공모가 1만원, 공모금액 300억원 이상의 '메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합병할 비상장사를 찾아도 해당 기업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공모금액 300억원 이상의 메가스팩 대부분은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상장한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의 주가는 9590원으로 공모가보다 4.1% 낮다. 삼성스팩8호와 삼성스팩7호도 각각 9670원, 9880원으로 공모가 대비 3.3%, 1.2%가 낮다.

스팩은 3년 내 합병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에게 납입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청산된다. 이에 통상 공모가를 상회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메가 스팩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개 스팩은 공모금액의 4~10배 규모 사이의 시가총액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진행한다.

문제는 시가총액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중견 비상장사가 직상장 대신, 스팩상장을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8월 공모가 1만원짜리 메가스팩이 처음 등장한 이후 합병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첫 메가스팩 합병 기대감을 모으던 크리에이츠에는 제동이 걸렸다. 골프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는 NH스팩20호와 합병 상장을 앞두고 있었으나 지난 21일 이를 철회했다. 크리에이츠는 철회신고서를 통해 "NH스팩20호의 주가 흐름 및 제반 증시 상황 등을 고려해 상호 합의 하에 합병 계약을 해제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사업모델이 유사한 골프존 대비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했다. 골프존의 지난해 예상 연 매출은 6796억원이지만 오는 2027년 크리에이츠의 예상 매출은 1982억원에 불과하다. 크리에이츠의 예상 시가총액 역시 3416억원으로 골프존(5000억원)의 70% 수준이다.

합병할 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에 투자자들이 합병 반대 및 매도에 나서면서 NH스팩20호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9300~9900원을 맴돌았다. 이날은 1만220원까지 치솟았다.

2차전지 장비 검사기업 피아이이 역시 하나금융25호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피아이이는 상장 이후 예상 시가총액을 최초 4888억원에서 지난해 10월 4485억원, 11월 4107억원에서 이달 15일 3706억원으로 세 차례 하향했다. 스팩과의 합병 비율도 최초 1대 0.7386615에서 세 차례 낮춰 1대 0.9970090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스팩 주주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고평가에 대한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2월 합병상장 예심 승인 이후 하나금융25호스팩의 주가는 공모가(1만원)를 밑돌고 있다. 이날은 9760원에 마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