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한민국 혁신가의 특허전략'
(3)편.인공지능 발명의 특허성에 대한 예측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파이낸셜뉴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구동하는 기능적 언어입니다. 소프트웨어 언어와 일반 언어의 차이점은 융통성입니다. 일반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어휘, 문법을 청의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표현을 구사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미리 정한 어휘 및 문법에 의해서만 소프트웨어를 짜야 합니다. 만일 낯선 어휘를 사용하거나, 기존 어휘라도 문법에 맞지 않는 경우에는 '에러'가 발생하고, 소프트웨어는 구동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어휘를 주어진 문법에 따라 상이한 순서로 배열하는 것이 소프트웨어이기에, 역사적으로 소프트웨어 발명은 추상적 아이디어로 분류되며,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으로 치부됐습니다. 일례로 1980년대만 해도 특허 명세서에 소프트웨어 흐름도(flow chart)가 포함되면, 이에 상응하는 하드웨어 회로 도면을 첨부해야 했습니다.
또한 10년 전만 해도 소프트웨어 발명으로 특허를 받으려면, 청구항에 컴퓨터, 특정 하드웨어 등을 포함함으로써, 추상적 아이디어로 치부되던 소프트웨어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하드웨어로 바꾸어 특허를 등록하는 전략이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요소를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발명 및 특허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4년 앨리스사(Alice Corp. v. CLS Bank) 판결에서 소프트웨어 발명의 특허성을 판단하기 위한 2단계 앨리스(Alice)테스트를 도입했습니다.
앨리스 테스트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특허 청구항의 청구 발명이 추상적 아이디어와 같이 미국 특허법 101조상 특허 받을 수 없는 발명에 대한 것인지를 확인합니다. 만일 답이 'NO'일 경우, 청구 발명은 특허 받을 수 있는 발명으로 판명되고, 그 후 청구 발명의 신규성, 진보성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첫 번째 단계의 답이 'YES'일 경우에는 두 번째 단계로 진행하며, 이 단계에서는 청구항에 기재된 요소, 제한 조건 등이 개별적으로 또는 조합에 의하여 청구 발명을 미국 특허법 101조 상 특허 받을 수 있는 발명으로 변환시키는 지를 확인합니다. 만일 두 번째 단계의 답이 YES일 경우 기존과 같이 청구 발명의 신규성, 진보성 등을 확인하지만, 답이 NO일 경우 청구 발명은 101조 상 특허 받을 수 없는 발명이 됩니다. 대부분 소프트웨어 발명은 특정 단계들을 실행해 소정의 기능을 달성하는 발명입니다. 이러한 방법 발명에 앨리스 테스트를 적용함에 따라, 수많은 소프트웨어 출원 특허가 거절되고, 이미 등록된 소프트웨어 특허도 무효가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의 앨리스 테스트가 과도하게 획일적이고, 소프트웨어 각 분야의 특수성을 무시한다는 단점이 지적되었고,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연방대법원의 앨리스 테스트에 세부 수정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메인보드와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로이터 뉴스1
일례로 연방항소법원은 2016년 Enfish v. Microsoft 판결에서 하드웨어가 컴퓨터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듯, 소프트웨어도 컴퓨터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며, 이의 예로 중앙처리장치(CPU) 계산 속도 증가, 필요한 메모리 용량 감소 등을 꼽았습니다. 따라서 청구 발명이 소프트웨어에 관련되지만 컴퓨터 기능을 향상시키는 경우, 앨리스 테스트의 첫 번째 단계의 답은 NO 이며, 그 결과 두 번째 단계를 실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인공지능 발명에 대한 특허 출원 및 등록이 최근 급속도라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특허 소송 및 법원 판결은 아직 보기 힘든 상태입니다. 따라서 추후 법원이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성에 대하여 어떤 판결을 할 지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공지능 발명이 소프트웨어 발명이기에, 미국 법원 역시 인공지능 발명에 대해서도 앨리스 테스트를 적용함으로써 특허성을 판단할 것이 확실합니다.
따라서 특정 수학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사용한 머신 러닝 특허, 이러한 기법으로 창출한 데이터 세트에 대한 특허, 이를 이용한 인공지능 활용 방법에 대한 특허 등은, 이에 의한 컴퓨터 기능 향상이 입증되지 않는 한, 추후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 판례가 부재하는 현재 이러한 발명에 대한 특허 명세서를 작성할 경우, 가능한 한 인공지능 발명에 의한 컴퓨터 기능 향상을 자세히 설명 또는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청구항을 작성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글 싣는 순서> '대한민국 혁신가의 특허전략'
[1]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미국 특허의 확보(2023년 11월4일)
[2] 미국 특허가 제일 중요하기에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 특허의 제조(2023년 12월24일)
[3] 인공지능 특허의 특허성에 대한 예측(2024년 2월 25일)
[4] 대한민국 혁신가와 변리업계의 전략
[5] 대한민국 정부, 특히 특허청과 특허법원의 전략
[6] 중국의 인해전술 특허 전략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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