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 도쿄의 한 빌딩 앞에서 한 방문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일본 닛케이 지수가 나타난 스크린을 찍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기업 가치 제고와 증시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가운데 2년 먼저 정책을 실시한 일본의 사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수까지 새로 만들어 기업가치 제고
26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도쿄거래소(JPX)은 지난 2022년 4월 '시장체제 개편'을 단행했다. 5개였던 시장을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통합 개편했다. 5월 말엔 개인 자산소득 방법론을 저축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술혁신, 산업 분야별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2022년 12월 말 중장기 기업 가치 증진 방안으로 주가 제고를 위한 기업 인식 개선, 지배구조 개선, 영어 공시 확대, 투자자 소통 효율화를 논의했다.
지난해 1월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개선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포함하는 '중장기 기업 가치 증진 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프라임·스탠더드 시장에 상장한 3300개 기업은 저평가 요인 분석과 개선 방안도 연 1회 내놓도록 요구했다. 프라임 상장법인은 투자자와의 의사소통 내용도 공시해야 한다.
지난해 7월에는 기업들의 노력을 독려하고자 자국 우량 기업을 선별한 프라임 시장 대표 지수 'JPX 프라임 150'을 새로 만들었다.
JPX 프라임 150 지수는 자기자본비용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시총 상위 기업, 장기적으로 성장해 일본 경제를 이끌 기업들로 구성됐다. 대형 은행주,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이 제외돼 등장 초기인 10월에는 저점(967.84)을 기록했지만 이후 오름세로 전환됐다. 이달 들어 1160~1170을 기록하면서 1200에 다가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iFreeETF JPX Prime 150 ETF(2017 JP)'는 출시되기도 했다. 다이와자산운용이 출시한 ETF는 올해 1월 기준 운용자산(AUM)이 107억엔(약 961억원)으로 조성됐다.
日 'PBR 1배 초과' 기업 급증세
일본 금융당국의 증시 부양 정책은 일본 증시의 강세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닛케이225 지수는 이날 3만9233.71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2거래일 연속 경신하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년 동안 28%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선 두 달도 안 돼 17% 급등했다.
지난해 9월 일본 증시에 상장된 자산운용사 심플렉스의 ETF 상품 'Simplex PBR Improvement over 1x ETF(2080 JP)'는 PBR이 1배 이하로 낮은 기업에 대한 가치 제고 관련 주주 행동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연말까지 주요 지수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들도 일본 증시의 강세 원인으로 당국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꼽고 있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강세 원인으로 많은 관심이 조명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거래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라며 "지난해 엔화 약세로 증시의 모멘텀이 재개되고, 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요구가 더해지면서 일본 증시 내 'PBR 1배 초과' 기업의 비중은 2022년 말 47.1%에서 현재 62.2%로 급증했다"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김진영 연구원도 "일본 정부의 자국 기업 투자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지속된다면 일본 증시의 부활은 장기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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